이낙연(사진) 국무총리가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것은 정치의 품격과 신뢰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제가 다시 돌아갈 그곳이 정글 같은 곳이지만 국민께서 신망을 보내신 그러한 정치를 견지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지난 19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송년 만찬을 갖고 이같이 밝히며 여의도 복귀 이후 그려갈 ‘이낙연 정치’의 밑그림을 펼쳐 보였다.
이 총리는 향후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성장과 포용이 동시에 중요하다”며 “그런 문제를 실용적 진보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한 만큼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용을 포기하면 안 된다”며 “해법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4월 총선 역할론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조율을 통해 결정할 뜻을 밝혔다. 이 총리는 “제가 무엇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도 논의되지도 않았다”며 “제가 요청하거나 제안하기보다는 소속 정당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 출마 가능성을 묻자 “세종시는 상징성이 큰 도시이고 일하는 보람도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며 “훌륭한 분이 많이 도전해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당에선 공동선대위원장과 더불어 정세균 총리 후보자 발탁으로 공석이 된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국회 경색으로 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다음달 16일까지 안 되면 비례대표 출마로 선회할 수도 있다. 이렇듯 총선 출마를 둘러싼 관측이 분분한 상황을 의식한 듯, 이 총리는 일단 서울 잠원동 자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질문에 이 총리는 “정치인에게는 조직 내 기반도 필요하지만 국민에 대한 호소력이 못지않게 중요하고, 후자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라며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면 그것을 작은 조직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정치의 임무에 부합할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지난 2년 7개월간 호흡을 맞춰 온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소회도 풀어놨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 “한국 남자로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진중하고 배려심이 많으시다”라며 “저를 많이 신뢰해주신 것이 저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배려 덕분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어려운 것까지는 아닌데, 유머가 적으시고 진지하다”며 “진지함이 아랫사람에겐 좀 더 어려울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세종=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