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세균 총리 후보자의 개헌론을 주목한다

입력 2019-12-21 04:01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9일 “개헌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개헌은 하면 좋고 안 해도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라 더이상 미룰수 없는 시대의 과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정 후보자는 국민일보가 ‘초갈등사회 한국교회가 푼다’를 주제로 개최한 국민미션포럼 기조강연에서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는 서초동과 광화문 광장으로 갈라져 있다. 여야가 타협하고 절충하는 것을 본 지 오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총선후 2년 뒤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서로 상대를 타도하고 척결하려는 갈등과 분열, 대립이 고조될 것이 분명하다. 대선에서 이기면 전부를 얻고, 지면 전부를 잃는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폐단이다. 여야가 사생결단으로 싸울수 밖에 없는 권력 구조여서 갈등이 불가피하다.

지난 1987년 6월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진 뒤 30 여년이 지난 지금 민주화에 대한 갈증은 해소됐지만 정쟁과 대립이 난무하고 있다.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고 진영 싸움과 광장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이제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 새로운 권력 구조를 도입할 때가 됐다. 개헌에 대해서는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도 개헌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정치권의 이해 관계 때문이다. 여야는 싸우는데만 익숙할 뿐 타협하고 조정하고 합의하는데 인색하다. 우리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장한다. 여야 주요 정당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목소리로 지난해 6·13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약속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 후보자가 국회의장이던 지난해 3월 대통령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이 불참하고 더불어민주당만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한국당의 반대가 결정적인 이유지만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도 한국당을 압박만 했지 개헌 내용과 시기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당시 정 의장은 투표 불성립을 선언한 뒤 “개헌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국회가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총리 후보자로서 개헌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다시 역설한 것이다. 여야가 선거법 협상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권력 구조 문제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헌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극에 달한 우리 사회의 갈등을 풀기 위해 가야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