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경쟁자들 이름 옆 ‘동서발전’ ‘은행연합회장’은 뭘까

입력 2019-12-20 04:03
송철호 울산시장이 19일 울산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타운홀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 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 없이 단수 후보자로 확정돼 선거에 나서서 당선됐다. 연합뉴스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업무수첩에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의 경선 경쟁자들 이름과 각종 공공기관, 금융단체가 병기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송 시장 당선을 목적으로 한 ‘나눠먹기’식 합의 정황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해당 내용이 송 시장 측과 청와대 간 교감이 시작된 2017년 10월에 기재된 점을 주목, 청와대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쟁자들 이름 옆에 거론된 자리들은 ‘관피아’ ‘낙하산’ 논란이 많았던 한국동서발전과 은행연합회 등이다. 수첩에 이름이 오른 이들은 일제히 청와대 측 제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 2017년 10월 13일 부분에서 이러한 정황을 포착했다. 업무수첩에는 송 시장과 심규명 변호사,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모씨 등 4명의 이름과 함께 공공기관, 금융단체 명칭이 괄호 병기 형태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심 변호사 이름 옆에는 ‘동서발전’, 박씨 이름 옆에는 ‘은행연합회장’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 변호사와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울산시장에 도전했지만 송 시장이 단수 후보로 확정된 뒤 예비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업무수첩을 근거로 송 시장 당선을 위한 자리 배분이 실제로 시도됐는지, 청와대의 구체적 제안이 있었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2017년 10월 13일은 송 시장, 송 부시장이 청와대 측 인사를 처음으로 접촉한 다음 날임을 주목하고 있다.

수첩에 적힌 동서발전과 은행연합회 등은 수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 문제가 자주 제기되던 곳들이다. 검찰은 이 같은 직책이 결국 그간의 정치활동에서의 지분이나 이력 등을 고려한 ‘논공행상’ 성격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임 전 최고위원에게는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직접 연락을 취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심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서발전 외에 울산항만공사 이야기도 있었지만 울산 지역 언론인들 틈에서 나온 이야기였다”며 “‘갈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은 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청와대의 제안은 없었다. 만일 청와대가 ‘당신 이쪽으로 갈래요’ 하면 고민할 게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심 변호사는 “임 전 최고위원의 경우 그런 이야기들이 있긴 했다”며 임 전 최고위원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이 제안된 이야기는 들어봤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임 전 최고위원 외에도 울산경찰청 경찰관들을 조사하기 위해 울산지검에 내려갔다. 검찰은 울산으로 내려오기에 앞서 18일 임 전 최고위원에게 2차 소환을 통보했다.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 대상인 경찰관 일부는 병가를 낸 상태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