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16 부동산 대책’이 전셋값 상승에 기름 붓나

입력 2019-12-20 04:01

‘함부로 집 사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12·16 부동산 대책이 뜨거웠던 매매시장뿐 아니라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시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던 실수요가 ‘전세 연장’으로 유턴하고, 높아진 과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이 19일 발표한 12월 셋째 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8% 올랐다. 지난주(0.14%) 대비 상승폭이 커진 것은 물론 주간 기준 2015년 11월 23일 조사 이후 4년1개월 만에 최대 상승이다.

감정원 측은 “매매가격 상승에 따른 전세가격 동반 상승 영향, 자사고·특목고 폐지 및 정시 확대 등 교육제도 개편, 청약대기 등으로 수요는 증가했지만 전년 대비 감소한 신규 입주물량과 기존 세입자 계약 연장 등으로 매물은 부족했다”는 점을 상승폭 확대의 이유로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학군 인기지역 쏠림과 방학 이사철 수요에 따라 서울 인기지역의 전세금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0.13%→0.17%)도 마찬가지 경향 속에 전세가격 상승이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특히 ‘교육 1번지’ 강남구는 최근 전세 물건의 품귀현상 속에 0.51%나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전통적으로 학군 의존도가 높은 인기 아파트는 몇 주 사이 전세금이 억 단위로 뛰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군 인기지역인 양천구도 지난주 0.38%에서 이번 주 0.43%로 상승폭이 더 커졌다. 동작구(0.28%)나 용산구(0.23%), 광진구(0.16%) 등 비강남 인기지역도 전세금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KB월간주택가격동향)는 150.7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안 그래도 서울 동남권과 경기지역 입주물량이 어느 정도 소화되면서 서울 전셋값이 꿈틀대는 타이밍에 ‘집 사지 말라’는 12·16 대책이 시장에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전세수요 증가 및 전세가 급등이 시차를 두고 현실화될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경기 입주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수도권 전세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11%로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 서울(0.17%→0.20%) 아파트값은 9·13 대책 이후 최대로 상승했고, 수도권(0.15%→0.18%) 역시 상승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5대 광역시(0.14%→0.13%)와 세종(0.19%→0.37%) 등이 우상향하면서 전반적으로 추세 변동 없이 오름세가 계속되는 분위기다.

다만 고강도 12·16 대책의 여파가 시장조사에 반영되려면 시일이 조금 더 소요될 전망이다. 감정원 측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이번 조사기간(10~16일) 말미에 발표돼 해당 대책의 영향이 금번 조사 결과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난 한 주간 서울 아파트 시장은 추가 상승 기대감 및 매물 부족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