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CEO 대거 발탁… ‘게임 체인저’로 본격 나선 롯데그룹

입력 2019-12-20 04:02

롯데그룹이 계열사 대표 22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의 핵심 역량이 집결되는 롯데지주는 황각규 부회장과 신임 송용덕 부회장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뒤 나온 첫 인사는 ‘세대교체’와 ‘성과 중심주의’로 요약된다.

롯데는 19일 롯데지주를 비롯해 유통·식품·화학·서비스 부문 50여개 계열사가 이사회를 열고 조직 개편과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새로 선임된 사업부장과 대표들은 대부분 1960년대생, 50대 중반이다. 직급과 연령이 모두 낮아지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용덕 전 호텔&서비스BU장이 롯데지주 공동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황각규 부회장과 함께 롯데지주를 이끌게 됐다.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해 빠른 의사결정으로 미래 성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황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사업·글로벌 사업 전략, 재무, 커뮤니케이션 업무 등을 맡아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키로 했다. 황 부회장은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도 겸임한다. 송 부회장은 인사, 노무, 경영개선 업무를 담당해 인재 육성과 조직 업무 효율 강화에 주력한다. 그동안 호텔&서비스BU장은 롯데지주에서 그룹의 재무 업무를 총괄하던 이봉철 사장이 새로 맡게 됐다.

롯데는 이번 인사의 토대에 ‘성과 평가’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진했던 유통 부문은 유통BU장을 필두로 계열사 12곳 가운데 8곳의 수장이 바뀌게 됐다. 기존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통합법인으로 재편하고 계열사를 법인 사업부로 전환했다.

유통BU장은 기존 이원준 부회장에서 강희태 전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으로 교체됐다. 강 신임 유통BU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강 부회장은 2014~2017년 중국사업부문장으로 글로벌사업을 이끌었고, 2017년부터 롯데백화점 대표를 맡아왔다. 강 부회장은 롯데쇼핑 통합대표이사도 겸임한다. 38년 동안 롯데그룹에 몸담았던 이 전 부회장은 용퇴했다.

실적이 좋았던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은 최경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새 대표를 맡게 됐다. 롯데지주에서는 박현철 경영개선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물산은 김현수 사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1월 1일 예정된 롯데첨단소재와 합병 이후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 아래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 양 체제로 개편된다.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는 김교현 화학BU장이 겸임한다.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가 유임, 첨단소재사업 대표는 롯데첨단소재 이영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임명됐다.

이번 인사에서 최연소 대표이사는 올해 51세인 최세환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대표(전무)다. 여성 임원은 양수경 대홍기획 전략솔루션1팀장, 장여진 호텔롯데 마케팅부문장, 박미숙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운영팀장 등 3명이 새로 합류했다. 기존 여성 임원 중 진은선 롯데칠성음료 디자인센터장, 조수경 롯데슈퍼 온라인사업부문장, 유혜승 롯데홈쇼핑 OneTV부문장, 강수경 롯데첨단소재 선행디자인부문장이 승진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