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2.4%는 너무 장밋빛… 설익은 ‘투자 카드’ 효과 의구심

입력 2019-12-20 04:04

정부의 내년 2.4% 성장 전망에 ‘장밋빛 예측’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세계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교역조건 개선을 고려해도 수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100조원 투자 카드에는 ‘쥐어짜내기 투자’는 실효성이 높지 않고, 신규 투자 발굴이 쉽지 않다는 불안요소가 숨어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은 올해보다 내년에 경제가 좋아진다는 데 동의한다.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풀리면 자연스럽게 한국에도 봄바람이 불 수 있다. 반도체 업황도 회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경기의 회복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성장률은 전년 대비 증가폭이다. 올해 경제지표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조금만 반등해도 ‘기저효과’로 큰 폭으로 증가한 숫자가 나올 수 있다.

관건은 반등폭이다. 전문가들은 여러 흐름을 고려해도 2.4%는 너무 높다고 비판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올해와 내년의 기본적인 경제 상황이 같은데, 대외여건 개선과 기저효과로 올해 2.0%도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 2.4%까지 올라가는 건 무리한 전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대하는 대외여건의 개선에는 ‘변수’도 많다. 언제 다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깊어질지 모른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0조원 투자를 둘러싼 ‘그림자’도 제기된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관련 경제지표의 숫자가 올라가겠지만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기업 팔 비틀기’가 될 수 있다. 신규 투자프로젝트 발굴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조 단위 투자사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투자가 이뤄지면 경제지표는 높아지겠지만 억지로 투자하면 효율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민간 투자는 기업이 알아서 하는 것인데, 정부가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