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가도 중대 변수?… WP “정치적 영향력 미미할 것”

입력 2019-12-20 04:07
사진=연합뉴스TV 제공

내년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을 10개월 반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 탄핵안의 하원 통과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하지만 탄핵 충격파가 미 대선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하원 탄핵안 통과의 전체적인 정치적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그 이유로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꼽았다.

WP와 ABC방송이 지난 10∼15일 미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은 49%로 조사됐다. ‘탄핵 반대’는 46%였다. 지난 10월 말 실시됐던 같은 조사의 찬반 비율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달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자의 85%는 ‘탄생 찬성’을 지지했고, 공화당 지지자의 86%는 ‘탄핵 반대’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어 있어 탄핵 충격파가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변수는 탄핵 심판 속도다. 애초 양당 모두 상원의 탄핵 절차를 내년 1월 말까지 마무리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탄핵안을 손에 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안 통과 직후 언제 이를 상원에 넘길 것인지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WP는 일단의 하원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안을 상원에 넘기지 말고 쥐고 있으라고 펠로시 의장과 민주당 지도부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탄핵안이 넘어오는 대로 부결시키겠다고 공언해온 상원의 공화당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탄핵안을 당분간 넘기지 말자는 얘기다.

탄핵 정국의 영향은 어떻게든 두 당의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트럼프 진영은 탄핵 정국에서 서로 이득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탄핵에 실패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부도덕성과 불법성을 널리 알리는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과거 대통령들이 재선된 이후 탄핵 위기에 빠졌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있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과거 어느 대통령도 탄핵 절차 이후 재선 도전에 나선 적이 없어 트럼프 대통령에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은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면 대대적인 역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부결을 ‘무죄’로 치환하면서 민주당의 탄핵 시도를 정권을 빼앗으려는 음모로 몰아세울 것이 확실시된다. 민주당 입장에선 탄핵에 집중하느라 의료보험과 총기 규제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실정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한 점이 실책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