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1채만 보유’라는 청와대발 가이드라인이 공직사회 전체에 파급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에 적극 동참하라는 취지다. 여기까지는 솔선수범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정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내 참모들이 정책과 따로 노는 모습을 보인다면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정부 고위 공직자로 확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발언은 차원이 다르다.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은 물론 그 아래 국장급까지 주택 처분을 반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권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홍 부총리가 ‘청와대 원칙을 강요할 순 없지만’이라고 했으나 이는 해당 공직자들에게 심한 압박이 될 게 뻔하다. 그들의 꿈인 승진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이미 청와대가 실제 임용 과정에서 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도 있다. ‘수도권’이라는 기준은 투기과열지구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이 경우 서울 서초구와 충북 청주에 1채씩 갖고 있는 노 실장은 대상자가 아니다. 이와 달리 서울과 세종(특별분양)에 집을 보유한 상당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어느 1채를 내놔야 한다. 경기도 의왕 아파트와 세종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한 홍 부총리는 세종 것을 입주 후 팔겠다고 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서초구가 아닌 세종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 이를 보면 누구도 수도권 집, 특히 ‘강남’의 똘똘한 1채는 움켜쥐고 있으려 한다. 강남의 미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 시그널과 배치되는 행태다.
물론 주거지가 서울이기에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 동참하는 공직자들도 향후 지방이나 서울 외곽 집을 처분한다면 진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고위 관료라는 이유로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행위는 올바르지 않다. 정작 집값 안정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도 모르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여주기 쇼’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설] 공직사회로 확산된 ‘집 1채만 보유’는 총선용인가
입력 2019-12-2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