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성장엔진 살려라”… 규제 빗장 풀어 100조 승부수

입력 2019-12-20 04:03

정부가 내년에 기업의 울산 석유화학공장 건립 등 대규모 투자프로젝트를 전폭 지원한다. 규제 빗장을 풀어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해서 공공기관 투자 60조원에 민간 25조원, 민자사업 15조원을 얹어 ‘100조원 투자’라는 승부수를 던진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부진 등이 해소되면서 밖으로 ‘수출’이 풀리면 대대적 투자로 ‘내수’를 떠받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19일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4%로 내걸었다. 주요 기관이 예측하는 2.2~2.3%보다 높다. 정부의 근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교역조건 개선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내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0.3~0.4% 포인트 오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의 물량·가격도 회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경제의 강력한 먹거리인 ‘반도체 수출’이 내년에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내년 수출 증가율(통관 기준)이 3.0%로 올해(-10.6%)보다 큰 폭으로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흐름에다 정부는 ‘정책 의지’를 덧붙일 계획이다. 수출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내수(투자와 소비)도 좋아진다. 정책 효과에 속도를 내 투자·소비를 더 북돋는다는 셈법이다. 반도체 수출 회복의 영향을 받아 올해 ‘마이너스’까지 추락한 설비투자는 내년에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100조원 투자 카드’로 내수를 세게 떠받칠 방침이다.

우선 정부는 10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프로젝트부터 시동을 건다. 대기오염물질 규제를 풀어줘 7조원 규모의 울산 석유화학공장 건립을 돕는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인천 복합쇼핑몰 건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하수처리를 해결하기로 했다. 폐수처리를 놓고 멈춰 서 있는 전남 여수 석유화학공장 건립(1조2000억원), 검역 증명 문제가 있는 인천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센터 건립(2000억원 규모)도 애로 요인 해소에 나선다. 경북 포항 이차전지 소재 공장 건립(2000억원)에 걸려 있는 규제도 완화한다. 이밖에 정부는 15조원의 추가 투자프로젝트를 발굴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에서 가장 아쉬워하는 것 중 하나가 규제 혁파”라며 “바이오 등 10개 산업 영역에서 제기되는 규제 애로를 전부 망라해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 창동 K팝 공연장, 경기도 평택시 동부고속화도로 등 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15조원 규모의 민자사업을 내년에 신속하게 진행한다. 공공기관 투자에는 올해보다 5조원 증액해 총 60조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100조원 투자를 위한 금융과 세제 지원도 제시했다. 10조원의 정책금융을 쏟아붓고, 스마트공장 설비를 추가하면 세금 공제율을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수출 회복, 100조원 투자라는 두 가지 동력을 기반으로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이 5.2%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는 -7.7%다. 민간소비도 올해 1.9%에서 내년 2.1%로 상승한다고 내다본다.

홍 부총리는 “정부의 성장예측 결과에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정책 의지를 ‘+α’로 담아 2.4%를 제시했다”며 “투자의 회복 강도가 내년 경기 반등 폭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