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 예배가 시작됐다. 오는 25일 성탄절까지 부산 서울 대구 등 전국 13곳 교회와 역전 등지에서 노숙인 및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 거리 성탄 예배가 이어진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19일 총회장 김태영 목사가 시무하는 부산 백양로교회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를 드렸다. 예장노숙인복지회와 총회 사회봉사부 주관으로 열린 예배에서 김태영 총회장은 ‘구주가 나셨습니다’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두툼한 방한모를 눌러쓰고 남들보다 옷을 서너 겹 더 껴입은 거리의 사람들 수백명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했다.
김 총회장은 1392년 개국한 조선왕조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왕이 곧 나라의 주인이던 시절, 왕은 하루 5번의 수라를 들었고 가마를 타기에 걸을 일이 없었으며 방귀를 뀌더라도 왕이니 만큼 ‘통기(通氣) 하셨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노숙인들 표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김 총회장은 “만왕의 왕인 예수님인데 이런 왕의 모습이 아니라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태어나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사셨다”고 말했다. 이어 “병든 자와 가난한 자를 돌본 예수님은 자신을 어려운 이웃과 구분하지 않고 제자들의 허물을 덮어주는 동시에 그들의 발을 씻겨주며 함께하셨다”고 밝혔다. 약한 자에 힘이 되고 슬픈 이들의 눈물을 닦아준 예수님의 모습을 닮기 위해 오늘 이 예배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예배 후에는 김 총회장을 비롯한 예장통합 임원회가 일렬로 서서 밥을 푸고 반찬을 담아 노숙인들을 대접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에 촛불을 꽂자 노숙인들이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다. 경량 배낭 안에 발열 내복과 두꺼운 양말, 카스테라 등이 담겨 선물로 제공됐다.
미혼으로 남아 거리의 사람들을 섬겨왔기에 부산지역 노숙인의 대모로 불리는 이필숙(63·여) 부산 금정희망교회 목사는 “예장노숙인복지회가 21년 전 설립돼 전국에서 20개 시설을 운영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장노숙인복지회는 오는 20일 대구, 23일 강원도 원주 밥상공동체·연탄은행, 24~25일 서울, 경기도 부천 수원 안양, 전북 전주와 경북 포항에서 거리 성탄 예배를 이어갈 예정이다.
부산=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