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최종 관문 상원… 절차 허점 많아 불꽃 공방 예상

입력 2019-12-20 04: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새벽 미시간주에서 진행된 유세를 마친 뒤 워싱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시간주 배틀크리크에서 재선 유세를 하던 도중 하원의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듣고 “불법적이고 당파적인 탄핵은 민주당에겐 정치적 자살 행진”이라고 비난했다. EPA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미 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 혐의와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해 각각 탄핵소추안 표결을 실시했다. 권력 남용 혐의 표결에서는 찬성 230표, 반대 197표로 탄핵안을 통과시켰고 의회 방해 혐의 투표에서도 찬성 229표, 반대 198표로 탄핵안이 가결됐다. 기권과 무효는 각각 1표와 3표 나왔다.

하지만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상원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 대통령직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

하원 탄핵안 통과로 트럼프 대통령은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하원의 탄핵을 받은 3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4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하원의 탄핵 표결 직전 사임한 바 있다.

하원의 탄핵 표결에 이어 다음 달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 상원의 탄핵 심리 앞에는 여러 지뢰가 깔려 있다. 미국 헌법엔 상원 재적의원 100명 중 3분의 2인 67명 이상의 찬성으로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되어 있지만 탄핵 심리 절차에 대한 자세한 규정은 없다. 증인을 어떻게 부를지, 어떤 증거를 채택할지, 심리 기간을 얼마나 연장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 여야가 충돌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첫 대결은 증인 선정을 놓고 벌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윗 경질’을 당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을 새로운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기세다. 하지만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새로운 증인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원의 탄핵 심리에서 하원은 검사 역할을 맡고, 상원은 배심원 역할을 각각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꾸린 법률팀은 변호사 역할을 한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재판장 역할을 하며 탄핵 심리를 이끈다. 탄핵 심리가 끝나면 상원의원들은 공개 투표 형태로 표를 던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의 2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데 하나의 혐의만이라도 탄핵이 가결되면 백악관에서 쫓겨난다.


대다수 언론은 탄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3석으로 다수당이고, 민주당 45석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2명을 합쳐봐야 47명에 불과하다. 탄핵에 필요한 67명을 채우려면 공화당에서 반란표가 20표 이상 나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집단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채 탄핵 찬성표를 던지기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메가톤급 비리 혐의가 새롭게 발견되고, 여론이 탄핵으로 급격히 돌 경우 탄핵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역사를 통틀어 상원에서도 탄핵돼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는 아직 한 번도 없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