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이다’는 제 배우 인생의 상징적인 작품이자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인생작’이에요. ‘아이다’를 향한 제 사랑은 끝나지 않을 거예요.”
뮤지컬 ‘아이다’의 마지막 시즌을 공연 중인 배우 정선아(35·사진)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남다른 소회를 이야기했다. 최근 공연이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매회 무대에 오르는 일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게 너무 슬프다”고 털어놨다.
2005년 국내 초연된 ‘아이다’는 73만 관객을 모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제작사인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이 이번 다섯 번째 시즌을 끝으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 공연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14년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정선아는 2010년과 2012년, 올해 세 시즌에 걸쳐 암네리스 역으로 활약했다. 약혼자였던 라다메스 장군을 누비아 공주 아이다에게 빼앗기는 이집트 파라오의 딸. 이 역할로 그는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과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고, 명실상부한 뮤지컬계 스타로 발돋움했다.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 덕에 ‘정암네(정선아+암네리스)’라는 애칭도 얻었다. “이전에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나 ‘노트르담의 꼽추’의 집시처럼 강한 캐릭터들을 주로 해왔던 터라 저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역할은 못할 줄 알았거든요. 이런 이미지로도 사랑을 받을 수 있다니, 자신감을 얻게 됐죠.”
정선아는 2018년 ‘웃는 남자’ 초연을 마치고 중국으로 가 9개월간 어학연수를 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쳤던 시기에 ‘쉼표’가 필요했던 것이다. “떠나기 전에는 ‘그동안 좋은 작품을 놓치지 않을까, 관객들이 날 잊으면 어쩌나’ 생각이 많았어요. 돌아온 뒤 더 확실하게 깨달았죠. 나는 무대 체질이구나.”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해 어느덧 18년차 배우가 됐다. 그는 “나 스스로도 ‘정선아 많이 컸다’는 생각을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영국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 계획에 대해선 “아직 멀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잘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