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밴쿠버·사진)이 해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일본과 가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에서 전반 27분 미드필더 황인범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대 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무실점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한국은 E-1 챔피언십 3연패와 통산 5번째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전날 일본에 0대 1로 져 우승을 내준 여자부의 좌절을 그대로 갚아줬다.
한국은 일본과의 통산 전적에서 79전 42승 23무 14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또 2017년 12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4대 1로 대승한 지난 대회 3차전에 이어 기분 좋은 일본전 2연승을 거뒀다.
한·일전은 어느 대회에서든 빅매치임을 입증했다. 이번 대회는 유독 관중이 적어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앞서 치러진 11경기 관중 총합이 2만1122명에 그치며 경기당 20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만 2만9252명의 관중이 몰렸다.
물러설 수 없는 승부에서 벤투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원톱 이정협(부산)에 김인성(울산), 나상호(도쿄)를 측면으로 배치한 삼각편대였다. 황인범은 중원에서 손준호(전북), 주세종(서울)과 함께 공격을 지원했다. 득점 없이 팽팽한 공방을 주고받던 전반 27분, 일본 페널티박스 외곽 왼쪽에서 때린 왼발 중거리 슛으로 골문 구석을 열었다. 지난 11일 홍콩과의 1차전에서 전반 45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던 ‘해결사’도 황인범이었다. 그동안 벤투호에 꾸준히 승선했지만, 유럽파 틈에서 경기력 논란에 휘말려 쌓아온 마음고생을 이번 대회에서 씻어냈다. 벤투 감독의 믿음에도 부응했다. 황인범은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일본은 후반전 시작부터 35분 사이에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지만 분위기를 반전하지 못했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가능해 득점을 노려야 할 쪽은 일본이었지만, 기세를 탄 한국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골키퍼 김승규(울산)는 무실점 방어로 승리를 지켰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열린 다른 3차전에서 중국은 수비수 지시앙의 전반 12분 헤딩 선제골과 후반 26분 미드필더 장시저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홍콩을 2대 0으로 이겼다. 중국은 뒤늦은 1승(2패)을 챙기고 3위로, 홍콩은 3전 전패의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경기보다 더 관심을 끈 것은 경기장 분위기였다. 지난 6월 홍콩에서 반중(反中) 시위가 시작되고 이날 처음으로 성사된 두 팀의 A매치였기 때문이다. 우려됐던 관중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홍콩 관중은 식전행사에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일제히 등을 돌리며 야유를 터뜨렸다. 또 경기 내내 ‘위 아 홍콩(We are Hongkong·우리는 홍콩이다)’을 목청껏 외치며 중국 응원단을 압도했다.
부산=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