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단일안 마련을 위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협상이 ‘석패율제’라는 난관에 부딪혀 다시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을 제외한 3+1 야당 대표들이 18일 회동을 갖고 단일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석패율제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4+1 공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협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심상정, 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이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지역구 250석과 비례대표 50석으로 하되,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만 연동률 50%로 배분하는 ‘연동형 캡’을 수용키로 했다. 30석으로 연동형 캡을 씌우면 거대 양당(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조금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단 내년 4월 총선에 한해 적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지역구 탈락자에게 비례대표로 당선되는 길을 열어주는 석패율제 도입을 명시했다. 그동안 석패율제 수용 불가를 외쳐온 민주당에 양보를 요구하며 공을 떠넘긴 것이다.
민주당은 오후에 이 안을 토대로 의원총회를 열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총에선 3+1 합의안뿐만 아니라 한국당과의 협상 가능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예산부수법안 및 기타 민생법안의 처리를 놓고 다양한 의견 제시가 이어졌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연동형 캡 30석은 수용할 수 있지만 석패율제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았다”며 “3+1 야당 대표들이 석패율에 대해 한 번 더 재고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도부에 협상 전권을 위임했고, 지도부는 신속하게 4+1 협의체와의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의총에서는 원안의 비례대표 75석이 50석으로 줄어들면서 연동형 비례제는 물론 석패율제의 효과가 왜곡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한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원래 취지가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소수정당의 지역구 출마자를 구제하는 효과만 남게 된다”며 석패율제 수용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석패율제를 하려면 225석이어야 하지 의석수를 바꾸면서 할 수는 없다. 그럴 거면 협상을 깨버리자”고 했다. 일부 의원은 공수처법을 먼저 처리하고 선거법 처리를 뒤로 미루자는 주장도 내놨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야당에 원포인트 국회 개최를 제안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하니 야당 전체에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고 제안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는 4+1 협의체와 별도로 한국당과의 협상 내지 공조 가능성을 다시 열어놓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실제로 의총에선 일부 의원들이 한국당과의 협상 가능성을 물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과 물밑 협상을 진행해온 의원이 “한국당이 ‘비례한국당’ 등 위성 정당을 만드는 쪽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며 “이런 이유로 더 이상 한국당이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한국당의 이런 방침에 따라 극우 정당이 의회에 입성할 경우 한국 정치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민주당은 4+1 협의체는 물론 한국당과의 협상도 열어두고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모든 야당이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연말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나래 신재희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