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방위비 협상 연내 타결 불발… 美, 요구액서 한 발 물러서

입력 2019-12-19 04:01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의 미국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내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년부터 적용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가 열렸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연내 협상 타결은 불발됐다. 다만 미국 측은 당초 분담금 요구액 50억 달러(5조8400억원)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18일 서울에서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5차 회의를 진행한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는 회의 종료 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드하트 대표는 “최근 한국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큰 숫자(50억 달러)는 현재 한국과의 협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협상이 타결되면 합의된 숫자는 우리의 처음 제안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과도한 증액 요구에 대한 한국 내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국 국회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합의안”이라고 했다.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가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그는 SMA 협상의 최우선 고려사항이 세금을 내는 미국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 측은 기존 SMA 틀을 벗어나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드하트 대표는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과 역외 훈련비 및 장비 구입비 등이 한국의 작전준비 태세를 고도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보유하지 못한 군사능력도 제공하고 있는데, 모두 한국 방어에 매우 중요하지만 일부는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며 “기술적으로 한반도 밖에서 발생하는 비용 중 일부를 (한국과) 나누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현행 SMA에서는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과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만 다뤄지고 있다.

드하트 대표는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이 요구해온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 문제는 우리의 협상 주제로 올라온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최근 한국 정부가 주한 미군기지 4곳을 반환받으면서 오염정화 비용을 먼저 지불키로 한 것도 SMA 협상 밖의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의 미국산 무기 추가 구입에 대해서는 “비용 분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이다. 우리가 고려하는 여러 사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11차 SMA의 유효기간에 대해 드하트 대표는 “1년 연장에는 관심이 없다. 더 길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년 협정에 따른 연간 증가율을 놓고도 양측이 씨름할 것으로 보인다.

드하트 대표는 ‘협상이 잘못되면 무역상 불이익이나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며 협상에서 실제로 제기된 적도 없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양측은 여러 사안에 대한 입장차 속에서도 많은 논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6차 회의는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