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를 명분으로 극성 지지자들과 함께 규탄대회 개최를 고수하자 당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규탄대회가 불법 폭력 집회란 오명을 뒤집어썼음에도 황 대표가 극성 지지자들을 ‘애국 시민’으로 치켜세우는 등 정면돌파에 나서면서 보수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품격마저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는 18일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우리 애국 시민들이 의사당에 들어오려 하는데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이를 막았다”며 “국민이 국민 집으로 들어가겠다는데 누가 막을 수 있나. 국민의 뜻을 막은 자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지난 16일 규탄대회에서 빚어진 폭력 사태를 비판하자 책임을 문 의장과 여권에 돌린 것이다.
황 대표는 국회 밖에 마련된 장외 농성장으로 이동한 후에도 문 의장을 ‘문 아무개’라고 지칭하는 등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일부 보수 단체 회원들도 덩달아 흥분한 모습을 보이며 비속어를 내뱉었다.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이어 열린 규탄대회에는 한국당 추산 3만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사흘째 지속된 규탄대회 때문에 국회는 이날도 경찰의 삼엄한 통제 속에 출입이 제한됐다.
한국당은 19일에도 규탄대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폭력 사태와 관련해 황 대표와 지도부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 규탄대회에서 국회의원은 물론 보좌진과 일부 당직자, 국회 사무처 직원까지 폭행하고 성추행하는 등 여러 불법 일탈 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채증된 자료도 많고 동영상 자료도 충분히 있다. 엄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민갑룡 경찰청장을 면담했다. 반면 한국당은 폭행 논란을 지지자들의 소행으로 단정한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한국당에서는 당이 폭력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란 불만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보수정당은 수단과 방법에 있어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는 것을 표본으로 여겨야 하는데 지금의 행태는 극단주의 정당의 모습을 띠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