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군사옵션 거론한 美… 비건, 오늘 전격 방중

입력 2019-12-19 04:01
사진=AFP연합뉴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군 고위 장성이 대북 군사 옵션을 실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미 본토를 위협하는 미사일을 쏠 경우 군사력을 동원한 대북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대북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을 전격 방문하는 스티븐 비건(사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일종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사령관은 군사 옵션에 관해 “2017년에 했던 많은 것들을 매우 빠르게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이용할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는 등 미국의 ‘레드라인’을 밟는 상황에 대비한 군사적 조치가 이미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2017년 8월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괌을 포위사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자 “군사적 솔루션이 완전히 준비됐고 장전됐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미국이 선제적으로 군사 옵션을 꺼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의 도발 수위에 맞춰 단계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한반도로 보내지 않은 전략폭격기 B-1B ‘랜서’, B-2 ‘스피릿’ 등 전략자산을 출격시키거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브라운 사령관은 “우리의 일은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광단지 개발에 군 병력을 대거 투입한 북한으로선 한반도 주변에 미 전력이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군 소식통은 18일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낮춤으로써 인민군을 관광개발 일꾼으로 돌릴 수 있었다”며 “북한이 대미 강경 노선을 선택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선 외교적으로 비핵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한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을 19일부터 20일까지 방문키로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마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데 대한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초안에는 6·25전쟁 종전선언 채택과 평화협정 체결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켈리 크래프트 미국 유엔주재 대사는 트위터에 “안보리는 항상 북한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며 “우리는 기꺼이 일치된 조치를 검토하겠지만, 그것은 반드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약속을 진전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북한의 군사 도발 중지와 비핵화 협상 재개를 조건으로 제재 일부 완화나 종전선언을 검토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아울러 비건 대표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에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방한 중 북한과 만나지 못했던 비건 대표가 방중 기간에 북한과 물밑 접촉을 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김경택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