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 커가는 디폴트 공포

입력 2019-12-19 04:06
마카오의 중국 반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카오를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마카오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페르난도 추이 마카오 행정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일까지 마카오에 머무르며 마카오 반환 20주년 기념식 및 마카오 특별행정부 제5기 정부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국영기업인 중신그룹의 자회사가 잇따라 채권 상환에 실패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올해 디폴트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인데다 20년 만에 지방은행이 파산하는 등 부실이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중국 경제 매체들에 따르면 중신(中信)그룹의 자회사인 중신궈안(中信國安)은 지난 16일 20억 위안 규모의 만기 채권 상환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중신궈안의 디폴트 금액은 총 114억 위안(1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신궈안은 1987년 중신그룹 산하 자회사로 설립됐으며, 2014년 국유·민영 혼합소유제 개혁을 통해 민간기업의 투자를 받으면서 중신그룹의 지분은 20% 정도로 낮아졌다. 중신궈안은 공격적인 기업 인수를 통해 급속하게 덩치를 불렸고 자산 규모가 2014년 1171억 위안(19조5000억원)에서 2017년 2100억 위안(35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돈을 빌려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빚이 늘어 총부채가 2014년 676억 위안에서 2016년에는 1312억 위안으로 배 이상 증가했고 결국 부채와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급속히 부실화됐다.

문제는 중신궈안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 영향 등으로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들 상당수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윈드에 따르면 올들어 12월 17일까지 174개 회사채에서 디폴트가 발생했고, 총 규모는 1394억 위안(약 23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미 지난해 규모(1210억 위안)를 넘어선 사상 최고치다.

디폴트 위기는 민영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디폴트가 발생한 174개의 채권 중 90%가 민영기업이 발행한 채권이었다. 중국 민영기업들은 복잡한 연대보증으로 얽혀있어 자금난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문제는 디폴트 자체가 아니라 기업 간에 서로 빚보증을 서는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부문의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고위험’ 등급 은행 비율도 확대되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25일 공개한 2019 금융안정보고서에서 4379개에 이르는 금융기관 가운데 13.5%에 이르는 586개가 고위험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네이멍구의 소규모 은행인 바오상 은행이 파산했는데 은행 파산은 2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랴오닝성 남부 잉커우의 한 은행이 파산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뱅크런’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