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초갈등사회라고 하지만 미국은 더 심합니다.”
김동석 미국한인유권자연대(KAGC) 상임이사는 17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이렇게 말했다. KAGC는 미국 뉴욕과 워싱턴DC에서 한인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풀뿌리 시민단체다. 연방의회를 드나들며 상하원 의원들을 무시로 만나 로비 활동을 한다.
기자가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로 나뉜 한국사회를 얘기하자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은 최악”이라면서 “위안부 규탄 결의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한국인 비자면제 때도 쉽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른 점이 있다.
“미국은 정치 문제로 싸우는 일은 정치인만 합니다. 시민이 직접 보수와 진보로 부딪치는 일은 드뭅니다. 한국은 정치인도 잘 안되면 거리로 뛰쳐나가 같이 싸우더라고요. 아주 위험하다고 봅니다. 미국은 하원선거가 2년마다 있기 때문에 지역구민들의 의견을 수용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합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이민 문제든 총기 문제든 갈등이 커도 시민끼리 세 싸움이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김 이사는 뉴저지초대교회에 출석하는 기독교인이다. 미국 교회 안에는 정치적인 갈등이 없을까. “기독교가 직접 의회에서 로비를 한다”고 했다.
“미국 교회에서도 목사가 대통령 후보로 나온 적이 있죠. 감리교회나 장로교회는 진보, 침례교회는 보수라는 식으로 구분됩니다. 그래도 겉으로 분열이 표출되진 않습니다. 정치 이념을 떠나 교회는 하나라는 입장에서 서로 존중하지요. 그러니까 정치인들도 교회를 두려워하고 존경합니다. 한국은 교회의 정치 참여가 코미디처럼 돼 버렸습니다. 한국교회가 신앙적인 가치관보다 정치 이념을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일 때는 안타깝습니다.”
김 이사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지난 5월 미국 의회에서 발의한 ‘입양인 시민권 법안(H.R.2731)’ 때문이다. 1945~98년 해외에서 미국에 입양된 이들 중 약 5만명이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했다. 입양부모가 무책임했기 때문이다. 이 중 절반이 한인이다.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뛰어든 이유는 순전히 신앙 때문입니다. 한인 교회가 미국에서 교도소 선교활동을 열심히 합니다. 자연스럽게 한국인 수감자를 많이 만나는데, 입양됐다가 버림받고 불법 체류자가 된 분들이 많다는 걸 발견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새로운 법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돈으로 움직이는 미국 의회의 속성을 김 이사는 누구보다 잘 안다. 미국 전역을 다니며 한인들의 성금을 모으고 이벤트를 만들어 의원을 한 명씩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외면하고 싶었다.
“그런데 새벽기도를 할 때마다 우리 단체를 찾아온 불법체류 입양인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거예요. 한국에서 낳아준 부모에게 버림받고 미국에서 길러준 부모에게 또 버림받은 분들인데, 저희도 책임이 있잖아요. 이 법이 통과되면 그분들의 표정이 얼마나 밝아질까,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그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요. 하나님만 믿고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이 법을 가장 반대해 온 의원들부터 만났다. 전담 직원도 새로 뽑을 계획이다.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싸우는 건 차라리 간단하죠. 찬성 의원만 만나면 될 일도 안 됩니다. 민주당법이라고 소문나면 공화당 의원은 참여를 안 해요. 진짜로 법을 만들려면 조용히 활동해야 합니다. 반대하는 의원은 중립으로, 중립인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타협도 하고 수정도 하면서요. 그래서 공화당 의원 1명이 지지서명을 할 때 민주당 의원 1명의 서명을 받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모두 200명의 의원들에게 서명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사진=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