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는 명예이사장에 아들은 총장, 며느리는 이사장, 손자들은 이사, 사촌은 교직원…. 이런 ‘족벌 경영’을 하는 사학재단은 앞으로 학교 경영에 관여하는 친족들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 개방이사에 설립자 친족을 임명해온 관행도 차단된다.
또 ‘쌈짓돈’ 비판을 받아온 업무추진비의 공개 대상 범위가 총장에서 이사장과 상임이사까지 확대된다. 회계부정이 적발된 대학은 교육 당국이 지정하는 외부기관에서 회계감사를 받도록 강제해 ‘셀프 감사’도 제한된다.
교육부는 18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사학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번 방안은 사학혁신위원회 권고와 시도교육감협의회 제안 등을 종합한 내용”이라며 “5개 분야 26개 제도 개선 과제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사학 혁신 방안에는 사학의 족벌경영을 제한하는 방안들이 대거 포함됐다. 교육부는 법인 임원 간에 친족 관계가 있으면 모두 공시하고, 설립자·임원과 친족 관계인 교직원이 몇 명인지도 공시키로 했다. 다만 친족의 경우 친족 여부만 공시할지, 자녀 등 구체적인 관계까지 공시할지 등은 추후 검토해 결정하기로 했다.
또 설립자나 그의 친족은 개방이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외부 견제를 목적으로 도입한 개방이사에 친족이 임명되면서 오히려 족벌 체제가 강화됐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간은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한다. 비리 임원 결격 사유도 강화하고, 결격 사유가 있는 임원의 당연 퇴임 조항도 신설한다. 교육 당국의 임원 승인 취소 없이도 이사직을 내려놓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회계 부정을 저지른 임원에 대해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 ‘1000만원 이상의 배임·횡령’ 수준에서 법제화하기로 했다.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추진비 공개 대상을 현행 총장에서 이사장 및 상임이사로 확대한다. 적립금의 교육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금운용심의회에 교직원과 학생 참여를 의무화한다.
중대 비리의 경우 교육 당국에 징계심의위원회에서 두도록 해 비리 교직원을 재심의하도록 했다. 비리가 적발되더라도 사학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설 경우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립학교운영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한다.
교육부는 상시감사 체제를 구축해 회계·채용 비리, 입시·학사·연구 부정 등 취약분야에 대해 선제 대응키로 했다. 또 감사처분 양정 기준 마련 및 감사결과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퇴직공직자의 사립학교 취업 제한을 사립대학 무보직 교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번 추진 방안의 다수 과제가 법령 개정 사항이므로 시행령을 통해서 가능한 것부터 진행하고, 향후 국회와 입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사학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재산으로 독자적인 교육 목적을 구현하려는 곳이다. 특정 사례를 근거로 사학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사 선임 관련 사항은 법인이 갖는 자주성의 본질적 요소”라면서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과도한 기준을 제시해 헌법이 정한 사적 영역을 과도히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사 정원의 4분의 1로 돼 있는 개방이사 비율을 늘리는 근본적인 방안이 빠져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