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경영난 이스타항공 인수

입력 2019-12-19 04:05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이 경영난에 시달리던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제주항공은 18일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인수주식 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로 지분비율 51.17%다. 인수가는 약 695억원이다. 이스타홀딩스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이스타항공의 2대 주주로 남게 된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여객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모델의 운영효율을 극대화해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제주항공과 공동경영 체제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합병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먼저 제안하고, 이스타항공이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이스타항공은 일본여행 보이콧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로 경영난에 휩싸이면서 그간 수차례 매각설이 흘러나온 바 있다.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HDC현대산업개발에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대형항공사(FSC) 인수에 나설 만한 자금 동원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에 항공업 역량에 그룹 차원에서 더 무게를 싣고, LCC 1위를 넘어 업계 재편 과정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추가 M&A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 측은 “항공사 간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양사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 및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이번 인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항공업계 재편 국면에서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면서 시장 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연내 마무리될 전망인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와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부산 등의 추가 매각 가능성 등에 따라 업계 내 대대적 지각변동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불안정한 가운데 3개 LCC가 추가돼 노선 및 인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생존을 위해 덩치를 키우는 등 업계 재편 모색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