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재벌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초고가 단독주택의 내년 공시가격 상승률이 1~2%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50%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었다. 정부는 내년에 상대적으로 현실화율(시세반영률) 상승률이 낮았던 중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먼저 현실화할 방침이다. 또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의 표적으로 고가 아파트를 정조준했다. 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셈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은 18일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에 ‘2020년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했다. 국토부가 전국 22만채 표준 단독주택의 최종 공시가격을 확정하기 전에 소유자 의견을 청취하려고 공개한 자료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열람한 뒤 이의가 있으면 의견을 접수할 수 있다. 제시한 의견이 타당하면 최종 공시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최종 공시가격은 내년 1월 23일 고시된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나머지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 기준이 된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을 통해 나머지 단독주택 공시가격 변화율을 가늠할 수 있다.
내년 초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체 평균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내년 전국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평균 4.5%라고 밝혔다.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서울 6.8%, 광주 5.9%, 대구 5.8% 등이다. 서울 용산구의 내년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7.5%다.
내년에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표준 단독주택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연면적 2862㎡)이다. 올해(270억원)보다 약 2.6% 오른 277억100만원이 공시가격으로 책정됐다. 올해는 전년 대비 59.7% 올랐었다. 이 회장의 자택은 2016년 표준 단독주택으로 선정된 이후 5년 연속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소유한 서울 이태원동 주택(1184.62㎡)의 공시가격도 올해 165억원에서 내년 167억8000만원으로 1.7% 인상되는 데 그친다. 올해는 지난해(108억원) 대비 52.7% 올랐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488.99㎡)은 올해 141억원에서 내년 145억1000만원으로 2.9% 뛴다. 올해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48.2% 상승했었다.
초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낮은 것은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의 주요 표적을 시세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로 삼았기 때문이다. 표준 단독주택의 경우 시세 9억원 이상이면서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55%에 미치지 못한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올해 시세 15억~30억원 단독주택의 평균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54.2%, 30억원 이상은 62.1%이다. 반면 시세 9억~15억원 단독주택은 평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50.6%로 기준치(55%)보다 낮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세 9억원 미만의 중저가 주택은 시세 상승률 수준인 3% 안팎의 공시가격 변동률을 기록할 것이다. 전체 평균(4.5%)보다 낮다. 반면 시세 9억원 이상 주택 중 현실화율이 55%에 못 미칠 경우 실제 시세 상승분과 함께 현실화율 제고분을 반영하기 때문에 변동 폭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