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여당과 군소야당이 진행해온 4+1 선거법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형태를 갖춘 개정안은 어지간한 사전지식 없이는 독해가 불가능할 만큼 복잡하다. 여러 단서까지 붙어 누더기가 됐다. 그만큼 밥그릇 싸움이 치열했고 그만큼 개혁의 취지는 퇴색했음을 뜻한다. 대강의 골격은 이렇다. ①지역구-비례대표 의석을 225대 75의 원안 대신 250대 50으로 한다. ②정당득표율에 따른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 ③그런데 연동률을 50%로 제한한다. ④거기에 연동배분 의석수를 30석까지로 다시 제한하는 캡(상한선)을 둔다. ⑤이 캡은 내년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⑥지역구에서 낙선해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구제책을 마련한다(석패율제 또는 이중등록제).
선거법 개정 논의는 2014년 헌법재판소가 현행법의 비례성·대표성 문제를 지적하고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53대 47인 지역구-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바꾸도록 권고하면서 비롯됐다. 민의가 의석에 더 잘 반영되게 하라던 취지는 각 당의 노골적인 의석 쟁탈전 속에서 이리 차이고 저리 던져졌다. ①은 거대여당의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②는 군소야당의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③과 ④는 그럴 경우 줄어들 여당 비례대표 의석을 일정 부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⑤는 그에 따른 군소야당의 반발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붙인 단서다. ⑥은 비례성·대표성과 별 관련이 없지만 지역기반이 약한 군소야당, 특히 정의당이 강하게 주장했다.
국회의원 선거법을 국회의원들에게 결정토록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번 선거법 협상은 원색적인 밥그릇 다툼이었다. 그 싸움에 국회는 제 할 일을 안 한 채 내내 겉돌았고, 숱한 민생법안이 발목을 잡혀 사장돼 가고 있다. 제1야당은 아예 협상에 끼지도 않았으니 4+1 선거법 개정안이 최종 합의에 이른다면 한국당의 반대를 뚫고 처리를 강행해야 할 판이다. 그럴 경우 게임의 룰에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채 총선을 치르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강행 처리 이후에도 정상적인 국회와 정치의 모습은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누더기 선거법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초라한 상징이 될 듯하다.
[사설] 한국 정치의 수준 보여준 누더기 선거법
입력 2019-12-1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