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덕부심 있는 여성 리더 길러내 다가올 100년 준비할 것”

입력 2019-12-19 04:04
강수경 덕성여대 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총장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덕성여대에서 처음으로 직선제로 선출된 강 총장은 학생들의 융합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 내년부터 일부 학과를 제외한 신입생 전원을 단과대에서 통합해 뽑는다고 밝혔다. 윤성호 기자

“덕성여대의 학생부터 교수, 총장까지 모든 구성원에게는 지난 100년간 주체적인 여성 인재를 길러온 학교의 일원이라는 ‘덕부심’(덕성여대+자부심)이 있습니다. 다가올 100년도 실용·융합교육을 통해 사회를 바꿀 여성 리더를 배출하겠습니다.”

지난 2월 취임한 덕성여대 강수경(51) 총장의 관심사는 2020년 창학 100주년에 쏠려 있다. 직선제로 선출된 첫 덕성여대 총장인 강 총장은 과거 100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미래 100년을 준비할 책무를 맡게 됐다. 강 총장은 지난 11일 서울 도봉구의 대학 총장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은 100년의 전통을 가진 덕성여대가 미래 100년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책임감과 자부심을 함께 드러냈다.

덕성여대는 1920년 3·1운동의 독립정신을 이어받아 설립한 조선여자교육회를 모태로 한다. 여성 선각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차미리사 선생이 설립했다. 덕성여대는 학교법인과 함께 ‘창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켜 그간의 역사를 편찬하고 관련 기념식·학술 심포지엄 등을 준비하고 있다. 강 총장은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 ‘생각하되, 네 생각으로 하여라’는 차미리사 여사의 창학 이념은 덕성여대만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며 “소속된 모든 구성원이 덕성여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도약하는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덕성여대는 학사 제도 개편을 비롯한 각 부문에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강 총장 취임 후 덕성여대는 인문과학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을 글로벌융합대학으로, 공과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을 과학기술대학으로 통합 개편했다. 2020학년도부터는 유아교육과와 약학과를 제외한 신입생 전원을 단과대에서 통합해 뽑는다. 강 총장은 “덕성여대가 그간 육성해온 강한 기초학문을 실용·융합교육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며 “학과 간 벽을 무너뜨려 융합적 사고와 실무적으로 필요한 역량을 학교에서 가르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사이버보안·소프트웨어 전공과 학생 수요를 기반으로 교과목을 개설하는 오스카 인재개발학부도 새롭게 개설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강 총장은 학사 제도 개편으로 일부 학과가 통폐합되거나 약화될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면서도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창학 백년둥이와 새로운 백년의 성공이 학사 제도 개편에 달려 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함께 힘을 모아 이겨 나가야 한다”며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학생들 역량을 점검하고 끌어올리기 위해 ‘덕성성장지수(Duksung Growth Index)’도 개발·도입된다. 덕성성장지수란 입학 직후부터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덕성여대 학생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꾸준히 관측하는 지표다. 강 총장은 “지수를 개발하기 위한 실무진 논의에 착수했다. 임기 내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덕성여대에 걸맞은 인재를 뽑는 입시제도와도 연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총장은 최근 논란이 된 정부의 정시확대 방침에 대해선 “공교육 제도의 틀 안에서 국가의 대학 입시 정책에 부응하겠다”면서도 “정시·수시 비중 자체보다는 어떤 기준으로 뽑아 육성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강 총장은 “봉사점수가 높다고 수험생의 인성이 좋은 것이 아니기에 실제 역량과 자질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방법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강 총장은 10년 가까이 동결된 등록금으로 인한 재정 부족 문제를 국가재정지원사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덕성여대는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 대상학교로 선정돼 향후 3년간 대학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강 총장은 “지금까지는 덕성여대가 국가재정지원사업에 관심이 부족했는데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시설·설비 확충, 프로그램 고도화 등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법학자로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심판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강 총장의 또 다른 관심사 중 하나는 인권과 여성 이슈다. 강 총장은 학생들에게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줬고, 교내 신문사에서 여성 관련 법률 문제와 대처 방안을 알리는 칼럼을 한 학기 동안 격주로 연재한 적도 있다. 강 총장은 “여성이나 소수자로서 학생들이 겪는 부당함이 참으로 각양각색”이라며 “인권과 법을 가르치는 과목을 의무화해 기초 소양을 가르치고, 장기적으로는 덕성여대가 인권 전문가를 양성하는 요람으로 거듭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임기 내에 상담·구제·교육 기능이 있는 인권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그의 목표 중 하나다.

이처럼 교수 시절 내내 꾸준히 학생들과 교류해 온 그는 총장이 된 이후에도 헌법 수업을 매 학기 진행했다.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학교의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다. 강 총장은 “올해부터 한 학기 수업 시수가 16주에서 15주로 줄었는데 강의 현장에서 상당한 불편이 생기더라”며 “직접 가르치지 않았다면 어려움을 제대로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강 총장은 “내년에는 학보사에 한 코너를 마련해 총장이 직접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것은 어떨지 고민 중”이라며 “학생 기자들이 허락해줬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덕성여대는 주요 종합대학으로서 지역사회와의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북부교육지원청과 업무 협약을 맺고 관내 초·중·고 교육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강 총장은 “캠퍼스가 위치한 도봉구와 인근 강북구에는 우리 대학이 유일한 4년제 종합대학”이라며 “구청·교육지원청 등과 함께 지역사회 거버넌스를 구축해 주민들로부터 존중받는 대학이 되겠다”고 말했다. 국제적 교류도 강화해 지난 8월에는 대만 성오대학에 덕성한국어센터를 세웠다.

취임 첫해인 올해 휴일에도 분주하게 총장실과 연구실을 오갔다는 강 총장은 “지난 1년은 총장이라는 낯선 옷이 내게 맞게끔 재단되는 과정이었다”며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3년여 남은 임기 동안 새 역사를 쓸 덕성여대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