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와해 의혹 재판에서 임원들 구속 계기로 대국민 사과문 발표…
일류 기업답게 모범적 노사 관계 만들어야
삼성이 18일 노조 와해 의혹으로 임원들이 구속된 것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전날 삼성전자 이상훈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등 임직원 26명이 무더기로 유죄 판결을 받은데 따른 조치다. 삼성은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아직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1심 판결인데도 사과문을 낸 것은 그만큼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은 80년 넘게 무노조 정책을 고수해 왔다. 노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직원들의 권익과 복리 증진을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취지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런 명분에도 불구하고 노조 와해 공작과 탄압이 심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삼성의 사령탑인 미래전략실 지휘 아래 많은 범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폐업시켜 직원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게 하는가 하면, 노조원들에 대한 표적감사와 해고를 하고, 빼돌린 회삿돈으로 경찰에 뒷돈을 주고 숨진 노조원 시신을 탈취하게 한 뒤 노동조합장을 가족장으로 치르게 했다.
삼성 노조 와해 의혹은 지난 2013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관련 문건 폭로로 불거졌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미온적 태도로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받고 오랫 동안 묻혀 있었다. 정부부처와 검찰, 경찰의 비호가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의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압수수색에서 노조 와해 관련 문건이 다수 발견돼 재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삼성 임원들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국정농단 사건은 물론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에 이어 이번 노조 와해 사건을 보면 세계 일류 기업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노사 현장에서 노조가 투쟁 일변도로 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사측이 노조를 탄압하는 것도 문제다. 노사는 손잡고 상생해야 할 파트너다. 마침 최근에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도 공식 출범했다. 무노조 경영이 막을 내린 만큼 새로운 경영을 통해 모범적인 노사 관계를 만들기 바란다. 이번 대국민 사과는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일류 기업으로서 다시는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설] 무노조 경영 폐기한 삼성
입력 2019-12-1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