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총리에서 정치인 이낙연으로… 대선 행보 시동거나

입력 2019-12-18 04:02
이낙연(가운데)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출범식’에 참석해 박용만(왼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최장수 국무총리’로 국민의 신망을 얻은 이낙연 총리가 ‘대선주자 이낙연’으로 돌아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총리 후보자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하면서 이 총리의 여의도 복귀가 분명해졌다. 대선주자 선호도 1위인 이 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에 시선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총리 인선을 발표하면서 전임자인 이 총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후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총리도 “국민과 대통령께 고마운 마음이 제일 크다”며 “더 잘하지 못한 아쉬움, 계속 그것만 떠오르네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총리는 전날 당정청 주례 회동 직후 문 대통령으로부터 후임 총리 지명 계획을 들었다고 했다. 이 총리가 향후 인준 과정을 걱정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 총리도 자기 정치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여권에서는 지난 10월부터 이 총리의 더불어민주당 복귀설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총리 인선이 늦어지면서 이 총리의 복귀 여정도 순탄치 않았다.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진보세력의 반대에 부닥치며 지명이 지연됐다. 김 의원이 청와대에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이 총리가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결국 이 총리를 놓아주면서 대선주자로 나설 기회를 열어주게 됐다.

이 총리는 기자들에게 “(본인이 그동안 한 일이) 마음에 안 들면 당에서 안 받는다며 꾸중을 하기도 했다”며 당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거듭되는 질문에 이 총리는 “후임 총리 임명 과정도 지켜보지 않고, 당의 총선 준비도 듣지 않고 제가 먼저 말하는 건 저답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회 사정이 워낙 가파르니까 그것이 혹시 후임 총리 임명까지의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정세균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가장 순탄할 후보로 꼽혀 왔지만, 지금 여야가 워낙 세게 격돌하는 상황이어서 인준 과정을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총선 출마와 관련된 예측에 대해서도 이 총리는 “호사가들의 이야기일지 몰라도 저나 (이해찬 민주당) 대표나 청와대는 그런 이야기까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현재 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에 막혀 총선 체제로 전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언급은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럼에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에선 이 총리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 후보자 발탁으로 공석이 된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이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 승리를 위해 기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본인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종로 출마 여부는 결국 당의 뜻에 따르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향후 자유한국당이 (종로에)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결국 상징성 있는 곳에 나가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종로에 출마할 경우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이자 전직 총리 출신들의 빅매치가 벌어지게 된다.

이 총리는 총선에서의 역할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당내 지지 기반 세력을 넓힌 뒤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김나래 최승욱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