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존슨 총리는 특히 2020년까지인 영국의 EU 탈퇴 전환기를 더 이상 연장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EU 탈퇴협정 법안(EU Withdrawal Agreement Bill·WAB)을 오는 20일쯤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언론들은 16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구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과 달리 하드 브렉시트 절차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WAB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영국은 2020년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해도 EU에서 나가게 된다.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서 EU와 영국은 2020년 7월 1일 이전 양측의 결정하에 전환기를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합의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존슨 총리의 법안 상정은 금융, 서비스 등이 아닌 상품에 초점을 맞춘 EU-캐나다식 FTA를 원한다는 것을 EU에 알리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EU는 영국과 협상을 마무리하기에 전환기가 짧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을 담당해온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는 최근 유럽의회 비공개 회담에서 “11개월 내 영국이 EU를 비롯해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17일부터 의회 일정을 시작한 존슨 총리는 20일에 브렉시트 합의안 비준을 위한 토론과 표결 개최 여부를 하원에 묻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보수당은 이번 총선 승리로 하원 650석 중 과반 이상인 365석을 차지한 만큼 법안 통과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일 새 회기의 시작을 알리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여왕 연설 후 하원의원들은 입법 계획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데 절차를 고려할 때 존슨 총리는 WAB 법안을 20일쯤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슨 총리는 웨일스 담당 장관만 교체하는 ‘미니 개각’도 단행했다. 총선을 앞두고 사임한 앨런 케언스 장관의 후임으로 사이먼 하트 하원의원이 임명됐다.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하원의원직을 상실했던 니키 모건 문화부 장관도 유임됐다. 존슨 총리가 요청한 모건 장관의 귀족 지위 부여를 여왕이 받아들여 상원의원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각료로 계속 일할 수 있게 됐다. 존슨 총리는 내년 1월 말 브렉시트를 단행한 뒤 대규모 개각 등 본격적인 정부 조직개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