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지방선거 캠프 관계자들이 청와대 이진석 당시 사회정책비서관(현 정책조정비서관)을 접촉, 산재 모병원 등 공공종합병원 건립 계획과 관련한 논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송 시장 측이 이 비서관을 통해 지방선거 공약 수립 과정에 유의미한 도움을 얻었는지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출신인 이 비서관은 문재인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설계했다. 지방선거 3개월 전인 지난해 3월은 각 진영의 후보가 결정되던 시기이며, 청와대로부터 첩보를 하달받은 울산지방경찰청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한 때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최근 압수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 ‘2018년 3월, BH(청와대) 회의, 이진석’이라는 문구가 수기(手記)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송 시장 측이 이 비서관과 접촉해 산재 모병원, 공공병원 등 울산시의 의료정책 현안과 결부된 정부 기조를 제시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 전 시장은 “검찰의 질문 중 많은 부분이 산재 모병원과 관련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산재 모병원 건립은 2000년대 초반부터 ‘근로자 도시’ 울산의 숙원사업이었다. 다만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해 5월 28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사업은 ‘혁신형 국립병원’으로 재추진됐다. 재임 시절 산재 모병원 건립 필요성을 역설했던 김 전 시장은 선거 직전 방향을 틀어야 했다. 반면 송 시장은 산재 모병원이 아닌 ‘울산 공공병원’을 주요 공약으로 언급했다. 울산 공공병원은 추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고, 지역사회에서는 “선물이라 생각한다”는 말도 나왔다.
검찰은 지난해 3월 회의가 송 시장 측과 청와대 간 ‘후속 회의’ 성격도 있다고 파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시장 측은 그에 앞선 지난해 1월 청와대 인근에서 균형발전비서관실 소속 선임행정관을 만나 문 대통령의 공공병원 관련 공약 진행 상황 등을 청취했었다. 법조계에서는 이 회동을 두고 애초부터 정치적 중립 의무를 벗어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 비서관의 이름은 송 부시장의 수첩 속에 최소 두 차례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은 ‘2017년 10월’이라는 표기와 함께 등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송 시장 측 인사들과 청와대가 이때부터 접촉을 시작했다고 본다. 이때는 송 부시장이 청와대 측에 ‘김기현 비위 첩보’를 넘긴 시점이기도 하다. 김 전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을 두고 “경찰을 통한 ‘하명 수사’는 곁가지일 뿐이며, 공약과 예산 지원 등 전체적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울산 출신인 이 비서관은 이른바 ‘광흥창팀’ 멤버로서 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보건의료 정책 전반의 설계를 담당했다. 국민일보는 이 비서관을 상대로 수일간 송 시장 측과의 만남 여부 등을 확인 요청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회신도 하지 않았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