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발표된 정부의 ‘전방위 부동산 정책 패키지’ 중 시장과 업계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15억원’이라는 기준점이다.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차등 적용한다고 해도 초과분에 한정돼 유의미한 차이는 크지 않다. 반면 15억 초과주택에 대해선 대출을 금지시킨 효과는 사뭇 강력하다는 반응이었다.
15억원 기준에 대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7일 “핵심인 대출규제에서 실제 차이를 분명히 하는 금액이자 정부 공인 ‘고가 주택’, 다시 말해 ‘(보유할 만한) 가치 있는 집’의 기준이 돼 버렸다”고 표현했다. 이어 “보유 또는 목표로 하는 곳이 15억원을 넘을 만한 물건인지에 대한 냉정한 가치평가가 향후 시장 수요는 물론 투자지역의 가격 등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전국기준 15억원 초과 주택 거래비중은 1%대에 불과하지만 정부가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서울·수도권은 얘기가 다르다. 유관 협회 관계자는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보고 14억~15억원 이상 아파트 비중이 70~80% 이상 몰려있는 서울 핵심지역에 대해선 이미 매매시장에 진입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계선을 정부가 그어버렸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상한제 적용지역의 전격 확대, 분양권의 주택 수 포함 등 규제 영향권을 포괄적으로 넓혀놓으면서 결국 아직 묶이지 않은 비조정지역 신축으로 투자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 역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연이은 정책발표로 ‘정부가 투자 가이드라인을 그려주고 있다’는 농담이 더 이상 농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시장에선 보유세 인상 등 정책에 대한 평가는 ‘예상했던 바’라는 반응이 주였다. 세금과 대출, 청약 등 각종 정책을 동원해 시장 진입수요를 위축시키는 기본 방향성 자체에는 변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였던 터다.
그나마 경로가 수정된 부분이 있다면 양도세 중과의 한시적 감면 정도다. 다주택자 퇴로를 잠시 열어줘 시장에 매물출현을 유도하고, 매물잠김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복안이기에 다주택자들이 느끼는 압박감의 정도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현 급등 추세가 다소 진정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30, 40대 실수요자들이 대거 ‘추종’하고 있는 유명 블로거, 유튜버 등 분석가들은 대부분 장기 우상향 추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상승 반전한 시장 상황을 “앞선 규제로 이미 운신의 폭이 줄어든 다주택자나 과도한 투자수요가 아니라 서울·수도권 내 내 집 마련·갈아타기 필요성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주도해 온 상승장”으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대책이 ‘다주택자 집 팔기’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대출규제를 더 옥죄어 놓고 시장에 매물을 유인해봤자 현금부자 외에 누가 살 수 있겠냐”는 비판도 쏟아냈다. 70% 이상이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인 강남의 주택 비중을 고려할 때 사실상 ‘강남 진입 금지령’ 아니냐는 냉소 섞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