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상무·당대표·6선 국회의장… 강단있는 Mr.스마일

입력 2019-12-18 04:01
사진=김지훈 기자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17일 지명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쌍용그룹 상무와 참여정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통’ 정치인이다. 15대 국회부터 내리 6선을 하며 당대표를 3번 역임했고,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아 여야를 막론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미스터 스마일’로 불릴 만큼 온화한 이미지로도 유명하다. 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합리적인 성품을 바탕으로 협치 정국을 꾸려가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해 집권 후반기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50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정 후보자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전주공고에 입학했다. 이후 대학 진학을 위해 인근에 위치한 인문고인 전주 신흥고를 찾아가 입학을 요청했다. 당시 신흥고 교장이 정 후보자의 성적을 보고 학비를 면제해줬다. 이후 고려대 법대에 입학한 정 후보자는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사법고시를 준비했지만 유신헌법으로 공부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고시를 포기했다.


정 후보자는 대학 졸업 후 78년부터 95년까지 쌍용그룹에서 근무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주재원으로 일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미국의 정치와 실물경제를 배웠다고 한다. 정 후보자는 입사 직후부터 월급의 20%를 고향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그는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특별보좌역을 맡으면서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전북 진안무주장수 지역구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17대 국회 때인 2006년에는 1년간 산자부 장관을 맡았다. 19대와 20대 총선에선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 출마해 당선됐다. 정 후보자는 20대 국회 국회의장을 맡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이끌었다.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의사봉을 잡은 입법부 수장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정 후보자는 총리 지명 이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문 대통령이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주문했다”며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소통 노력을 펼치겠다. 야당과의 소통, 또 국회와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를 맡는 것이 삼권분립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민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그런 것 따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총리 지명 브리핑을 마치고 노영민 비서실장 등에게 “정 후보자를 비상한 각오로 모셨다. 국회의장으로서 여야를 운영해온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 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렬히 대립하는 모습을 보며 화합형 총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발간된 국회공보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49억6132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 서울 마포구에 아파트 1채(8억9600만원)를 갖고 있다. 그는 배우자 명의로 보유했던 서울 상수동 오피스텔을 지난해 매각했다. 배우자 앞으로 신고된 경북 포항시 임야(31억4231만원)가 재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부인 최혜경(67)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박세환 박재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