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자→경쟁자→동반자, 문재인·정세균의 돌고 도는 인연

입력 2019-12-18 04:07
지난해 5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헌법기관장 초청 오찬장으로 향하는 모습. 17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 전 의장이 국회에서 임명동의를 받으면 총리로서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연합뉴스

협력자에서 경쟁자, 다시 조력자로.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두 사람의 돌고 도는 인연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참여정부 때 당청 협력 관계에서 2012년 대선 당시 경쟁 관계를 거쳐 이번에 다시 대통령과 총리라는 조력 관계를 맺게 됐다.

문 대통령과 정 후보자의 인연은 참여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에서 민정수석, 비서실장 등으로 근무한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였고, 정 후보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장과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역임한 중진 정치인이었다.

참여정부에서 각기 다른 역할로 협력했던 두 사람은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자로 만난다. 문 대통령과 정 후보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맞붙었다. 당시 민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문 대통령은 당내 기반이 탄탄했던 정 후보자를 꺾고 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정 후보자는 문재인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선 문 대통령이 고배를 마셨지만 다음 대선에서 상황이 반전됐다. 정 후보자는 국회의장 재직 시절인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냈고, 이듬해 5월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정 후보자는 2017년 1월 신년 인사차 국회를 찾았던 문 대통령에게 “올해 꼭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주인공이 돼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 대통령은 “올해 받은 최고의 덕담”이라며 기뻐했고 결국 대선의 주인공이 됐다.

정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라는 고비를 넘으면 문 대통령과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에게 대통령 전용기를 내주고, 내각의 군기반장 역할을 맡기는 등 책임총리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했다. 정 후보자에게도 이 총리 못지않은 실권을 쥐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임기 후반기를 맞은 문 대통령과 차기 대권에 뜻이 있는 정 후보자의 관계가 시간이 갈수록 미묘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