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가 ‘교회다운 교회’ 알 수 있도록 훈련 통한 체득 힘써야

입력 2019-12-19 00:02
김두현 소장이 2015년 경기도 화성 동탄시온교회에서 열린 처치플랜팅 콘퍼런스에서 강의하고 있다. 21C목회연구소 제공

예수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교회를 아는 것이다. 당신은 교회를 아는가. 교회를 안다면 교회를 정의해 보고, 교회와 나는 어떤 관계인지 설명해보는 것도 유익한 일이다. 그러나 정확하고 자신 있게 교회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교회를 정확히 배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교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다양한 훈련을 한다. 성경 읽기, 주제별 공부, 제자 훈련, 큐티, 단계별 성경 공부, 일대일 양육, 평신도 학교, 직분자 교육 등. 기관이나 개 교회에서 만들어 놓은 교재를 통해 규칙적, 비정기적으로 성경에 대해 어느 정도 배운다. 그러나 한국교회에는 아직 교회를 집중해서 배울 수 있는 텍스트나 깊이 있는 훈련 매뉴얼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신자들이 교회를 다니지만, 교회를 배운 경험이나 교회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교회를 어떻게 세우는지를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교회관을 갖고 오늘도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고 봉사하고 직분에 따라 조직이나 기관에 소속돼 일하는 것에 만족한다.

나는 21C목회연구소를 시작할 때부터 교회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에 집중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20여년 그 길을 가고 있다. 설교 중심에서 훈련 중심의 목회로 변화하는 것이다. 설교가 회중들을 향해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훈련은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목회다. 예수님이나 사도들의 목회에는 설교도 있었지만 가르침이 중심이었다.

현대 교회의 질병은 목사가 가르치기를 싫어하고 성도들은 배우기를 싫어한다는 점이다. 목사나 성도들은 이미 20~30분의 설교 중독에 빠져 있다. 별도로 시간을 내어 규칙적으로 말씀을 가르치는 수고와 배우는 헌신이 없다. 편리한 신앙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사람은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강력한 훈련이 강력한 사람을 만들고 바른 훈련이 바른 사람을 만든다. 교회 훈련을 시키지 않으면 교회를 세우는 사람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교재 중심의 책을 펴냈고, 많은 분량을 교회 훈련 교재 만드는 데 할애했다(에이플워커4단계, 교회를 경험하는 삶, 리더훈련매뉴얼, 교회 네트워커 등 30여종).

그리고 가장 쉬운 단계부터 질을 높이는 리더 양육에 이르기까지 힘들어도 교회를 배우게 하는 데 역점을 두는 목회 변혁에 매진하고 있다. 이미 많은 교회의 임상을 통해 왜 훈련이 중요한지를 알게 됐고, 지금도 목회자들에게 강의할 때마다 구교회관의 틀과 체질을 깨는 작업에 올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어도 성도들이 복음을 깨닫고 난 후 오랜 기간 교회를 배우는 데 힘써야 교회의 가치와 권위, 신비와 비밀을 알게 된다. 교회를 모르면 의롭지도 거룩하지도 질서도 없는 자기 믿음에 의존해 교회를 다닐 뿐이다.

지금 전 세계 교회들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슬로건은 ‘Acts 29 교회’이다. 사도행전을 성실하게 실현하는 교회를 세우는 일이다. 세계 교회가 처치 플랜팅(church planting)을 통한 교회 훈련에 목회 교육 비전 분야가 일치를 이루도록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여전히 개교회주의 탈교회관 제도 지배구조 구태 목회철학 관습 등에 매몰돼 새로운 교회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래 교회를 향한 힘겨운 싸움을 하지 않는 만성 고질병에 걸린 상태가 됐다.

미국의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 교수는 그의 책 ‘교회됨’에서 “교회는 하나님을 역사의 주인으로 확신하며 살아가고자 순례길에 오른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들은 생존 확보를 위해 폭력에 의존하기를 거부한다. 교회의 으뜸가는 책무는 교회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이는 세상에 대한 거부, 혹은 퇴거의 윤리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방식으로 세상을 섬기고자 하는 윤리이다. 교회다운 교회가 없다면, 세상은 자신의 현실을 깨닫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만일 교회가 교회를 가르치지 않으면 이런 교회됨을 발견할 수 없고, 이 나라와 도시에 새로운 교회가 세워질 수 없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와 부대를 버리게 되리라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막 2:22)

교회를 가르치고 배우는 훈련은 새 포도주와 새 부대 둘을 살려내는 운동이다. 만일 둘 중 하나에 실패하면 둘 다 버려진다. 새 포도주라는 본질과 그것을 담는 가죽 부대라는 교회관은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원칙이다. 한국교회에 새 교회가 필요하다. 소유가 아닌 존재를 위한 교회를 위해 철저하게 성경적 교회를 가르치고 가열차게 교회 훈련을 시켜야 한다. 설교 중심에서 교회 훈련 중심 교회로 사람을 세워가는 교회만이 미래에 살아남게 된다.

김두현 목사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