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정세균(69) 전 국회의장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국회의장 출신 총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 후임에 전임 국회의장을 파격 선택한 이유로 ‘국민 통합’과 ‘민생경제’를 들었다. 정 후보자도 지명 일성으로 국민 통합과 경제 회복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 나와 총리 후보자를 직접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지명 배경에 대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에 대해 “경제를 잘 아는 분”이라며 “성공한 실물경제인 출신이고 참여정부 산업부 장관으로 수출 3000억불 시대를 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6선 국회의원으로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라며 “무엇보다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 왔다”고 설명했다.
입법부 수장 출신이 행정부 2인자(총리)를 맡게 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입법부 수장을 지낸 분을 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환경이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새 총리 후보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며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들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지명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정식으로 임명되려면 여야 대치가 극심한 국회에서 표결을 통해 임명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전직 국회의장이 총리로 가는 것이 삼권분립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현직 국회의장이면 삼권분립 위반이지만 (지금은 아니다)”이라며 “집권 후반기에 성과를 내려면 내각을 확실히 책임지고 실질적으로 처리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딱 어울리는 분이 정 후보자”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삼고초려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게 정 후보자를 설득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 소개에 앞서 이낙연 총리를 언급하며 각별한 마음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국정 개혁의 기반을 마련하고 내각을 잘 이끌어준 이 총리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책임총리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고 현장 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총리가 내각을 떠나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고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이 총리의 정치적 미래에 힘을 실어준 발언으로 해석된다.
임성수 박재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