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압류당한 홍콩항공… 中 알리바바 인수설 도는 방송사

입력 2019-12-18 04:08
홍콩시민들이 17일 보도 위에 깔린 ‘노란 헬멧’ 종이 미니어처와 그 사이 서 있는 개구리 인형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개구리 ‘페페’는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에서 민주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노란 헬멧 역시 시위대가 경찰의 강경진압과 채증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 등과 함께 착용하면서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도구가 됐다. AP연합뉴스

홍콩 시위 장기화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홍콩 3위 항공사 홍콩항공이 공항 이용료를 내지 못해 비행기 7대를 압류당했다. 홍콩 최대 방송사 TVB도 경영난이 가중돼 중국 알라바바 그룹에 인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공항공사는 홍콩항공이 공항 이용료를 체납함에 따라 이 회사가 보유한 비행기 7대를 압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어 온 홍콩항공은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자 대규모 감원과 운항노선 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홍콩항공이 구조조정으로 장거리 노선을 폐지키로 하면서 홍콩항공의 비행기 7대는 현재 홍콩국제공항에 방치돼 있다. 홍콩항공은 비행기 보관에 따른 공항 이용료를 수개월째 체납해 체납액은 최대 1720만 홍콩달러(약 26억원)로 추산된다.

홍콩항공은 지난달 3500여명 임직원의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 부족으로 회사 영업허가가 중단 또는 취소될 위기에 몰렸으나 대주주인 중국 하이항(海航·HNA) 그룹의 긴급 수혈로 영업허가를 유지했다. 하지만 대주주인 HNA 그룹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홍콩항공이 회생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1967년 설립돼 5개 채널을 운영하는 TVB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홍콩 최대 방송사인 TVB는 중국 극장 체인 SMI홀딩스에 투자했다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냈고 올해 시위 등으로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친중국 편향 보도 논란으로 포카리스웨트, 피자헛 등 일부 광고주가 광고 계약을 중단하기도 했던 TVB는 전체 인력의 10%인 350명 규모의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 그룹을 동원해 TVB의 경영권을 장악, 홍콩 언론 통제권을 강화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는 TVB 경영권 장악 음모의 중심에 전 상하이 공산당 부서기이자 화인문화산업투자기금(CMC)의 이사장 리루이강이 있다고 전했다. 리루이강은 CMC를 동원해 TVB 지분 20%를 확보한 상태로 알리바바 그룹이 TVB 대주주인 찰스 찬과 왕쉐훙 대만 HTC 회장의 지분을 사들이면 중국 공산당이 TVB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거대 IT기업을 동원해 주요 일간지 성도일보와 뉴스채널 나우뉴스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