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포용적 성장’을 추진해온 정부 입장에서 오랜만에 나온 희소식이다.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지난해 기준 소득분배 지표가 모두 개선됐다. 지난해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0.345로 전년 0.354보다 0.009포인트 떨어졌다. 지니계수는 계층 간 소득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값이 0(완전 평등)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완전 불평등)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처분가능소득 소득 5분위 배율은 6.54배로 전년 6.96배보다 0.42배 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소득분배의 형평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계층 간 소득분배 지표는 근본적으로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빈곤층과 부유층이 모두 소득이 줄더라도 부유층의 소득이 더 큰 폭으로 줄면 소득분배 지표는 개선된 것으로 나온다. 이번 조사 결과도 살펴보면 고소득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크게 줄어든 반면 저소득 가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증가한 게 소득분배 지표 개선에 크게 이바지했다. 실제로 고소득층인 5분위에서는 사업소득이 전년비 11.7%나 감소했다. 반면 1분위에서는 근로소득이 전년비 8% 감소하는 대신 정부 지원금이 포함된 공적 이전소득이 11.4% 증가해 분위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1분위의 주 소득원인 근로소득이 크게 줄었는데, 그 이상을 정부 지원금으로 채웠다는 것이다. 게다가 순자산(자산-부채) 불평등은 악화했다. 지난해 4분위와 5분위의 순자산은 각각 4.0%, 3.5% 증가했지만 최저소득층인 1분위는 3.1% 감소했다. 금액으로 따져도 소득 1분위 가구와 5분위 가구의 순자산 격차는 1년 전 6억2437만원에서 6억5415만원으로 더 확대됐다.
특히 빚이 느는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가구 부채는 전년보다 3.2%나 늘어 가구소득(2.1%), 처분가능소득(1.2%) 증가율을 능가했다. 특히 소득에서 세금, 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이 증가하는 것보다 부채가 3배 가까이 빨리 느는 게 걱정된다. 정부는 소득분배가 개선됐다고 자축할 게 아니라 자산 불평등과 부채는 더 악화했음을 유념해야 한다.
[사설] 소득분배 개선됐지만… 가계 빚 증가 속도 무섭다
입력 2019-12-18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