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는 사방을 둘러싼 산과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 줄기를 따라 제대로 된 산수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명수청의 고장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충주댐을 지나 충북 보은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천과 합수한 뒤 목계나루, 비내섬 등을 지나며 아름다운 경치를 풀어놓은 뒤 경기도 여주로 향한다. 충주로 눈이 즐겁고 마음에는 여유가 찾아오는 ‘겨울 힐링’ 여행을 떠나보자.
충주 지역 남한강의 겨울 정취는 목계나루로 유명한 엄정면과 바로 옆 소태면, 앙성면 등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먼저 이른 아침 동트기 전에 소태면 양촌리의 철새관찰소를 찾는다. 남한강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기 위해서다. 여명이 어둠을 서서히 걷어내면 유려한 물길 위에 스멀스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하얀 나비가 날갯짓이라도 하는 양 너울대는 물안개 사이로 물새들이 유유히 헤엄치다가 힘차게 비상한다.
잠시 뒤 멀리 산 위 하늘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물안개의 춤사위는 절정의 순간을 맞는다. 순식간에 붉은 태양이 고개를 불쑥 내밀면 찬란한 아침이 활짝 열린다. 손은 꽁꽁 얼어붙고 볼은 칼에 베인 듯 따가웠지만 추위는 끼어들 틈도 없이 마음은 충만했다. 가슴에 담았다가 힘들 때 끄집어내 되새겨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곳에서 상류 방향으로 멀지 않은 엄정면에 목계나루가 있다. 조선 수운여객의 중심이었다. 당시 나루는 크고 번성했다. 쌀과 소금, 사람을 실은 배가 정박했다. 세를 거둬들이는 곡창이 있고 내륙산간으로 가는 물류가 모였다.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가던 영남 선비들 중 대부분이 이곳에서 배를 탔다.
1930년 서울과 내륙을 잇는 철길이 생기고 뱃길이 끊겼다. 과거의 영화로움은 사라지고 지금은 터만 남았다. 충주가 고향인 신경림 시인은 아쉬운 마음에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로 시작하는 ‘목계장터’ 시로 목계나루를 노래했다. 시비는 목계대교 옆에 서 있다.
다시 상류 방향으로 남한강 원류에서 살짝 벗어난 영덕천과 원곡천을 따라가면 아직 덜 알려진 ‘우림정원’이 자리한다. 엄정면 율능리 개울 바로 옆에 아담하게 자리한 소담스러운 동산이다. 귀촌한 부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은 왕국’이다. 부부는 마음속에 꿈꾸던 정원 조성에 애정을 쏟았다. 약 5만㎡(1만5000평) 규모의 대지에 20년 넘게 준비해 2017년에 개장했다. 조각공원, 예술공원, 돌탑, 연못, 전망대, 공연장 등 다양한 공간이 아름답게 자리했다. 우림정원의 이름도 부부의 성을 한 글자씩 가져와서 만들었다. 단양 우씨와 풍천 임씨를 합친 것이다. 정원 숲속을 여유 있게 거닐면 자연과 하나 되는 힐링을 느낄 수 있다. 전부 돌아보는데 40분쯤 걸린다.
철새관찰소에서 하류로 내려가면 앙성면 조천리에 비내섬이 있다. 남한강변 99만2000㎡ 벌판에 자생한 억새들이 가을이면 은빛 물결로 출렁거리고 겨울을 지내려는 고니와 원앙, 백로 등 다양한 철새가 찾아온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충주에서 여행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곳이 있다. 힐링과 건강을 통한 여행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한국형 웰니스 여행지인 ‘깊은 산속 옹달샘’이다. 2010년 아침편지문화재단이 설립한 이곳에서는 휴대전화, 알코올을 멀리하는 대신 건강식과 명상으로 채운다. 하루 삼시 세끼에 3만5000원인 ‘사람 살리는 예술 밥상’은 간장과 오일 등을 제외한 조미료 사용을 최소화했다.
육체에 영양분을 보급한 요가로 건강을 챙기고, 명상으로 영혼을 살찌울 차례다. ‘바로 요가’는 몸의 정렬을 확인하고 근육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티베트에서 2400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싱잉볼(singing bowl) 명상’은 에너지와 기의 흐름을 정돈해 정신을 맑게 해준다.
▒ 여행메모 목계나루 ‘참매자조림’ 등 맛집
앙성온천·문성휴양림에서 숙박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영동고속도로 여주 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감곡나들목으로 나간다. 오궁 교차로에서 제천 방면으로 좌회전해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왼쪽으로 능암온천랜드가 보인다. 이곳에서 내려서면 앙성온천광장에 닿을 수 있고, 비내섬이 지척이다.
38번 국도를 타고 좀 더 가다 가흥교차로에서 빠져 ‘원주·목계’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가흥삼거리에서 4시 방향, 목계삼거리에서 ‘원주’ 방면, 월촌삼거리에서 ‘부론·복탄리’ 방면으로 따라가면 ‘철새관찰소’에 닿는다.
목계나루 인근에 맛집이 몇 있다. 실비집은 칼칼한 양념에 시래기와 참매자(참마자의 충주 방언)를 넣고 조려낸 참매자조림으로 유명하다. 동자개(빠가사리)와 쏘가리 조림, 매운탕도 맛있다.
‘우림정원’에서는 1인당 입장료 5000원을 내면 수정과, 식혜, 아이스아메리카노 중 한 가지를 마실 수 있다. 과일도 곁들여준다. 앙성온천 부근에 온유관광호텔이 있다. ‘깊은 산속 옹달샘’이 있는 문성자연휴양림에서 묵어도 좋다.
충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