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리의 분노 부추겨 국회로 끌어들인 한국당

입력 2019-12-18 04:03
태극기 부대가 국회에서 난동을 부렸다. 1000여명이 본청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동상에 올라가 성조기를 흔들고 꽹과리를 쳐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의원·당직자들은 폭행을 당했다.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이들에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여러분이 국회에 들어오신 건 이미 승리한 겁니다”라고 외쳤다. 한국당은 사실상 이들을 국회로 끌어들였다. 국회에서 개최한 패스트트랙 법안 규탄대회에 광장의 극우집단을 모이게 했고 그들의 난동을 정당화하며 부추겼다. 대화와 타협 대신 보이콧과 장외투쟁으로 일관하던 정당이 급기야 장외세력을 국회 안으로 불러들여 의사당을 포위하게 만든 것이다. 의회주의와 법치주의를 스스로 내던졌다. 정상적인 정치를 할 만한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고백했다. 투쟁, 단식, 농성 등 극단적 행위만 반복하고 있는 황 대표는 대결의 리더십 말고는 보여줄 게 없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한국당의 초라한 한계를 보았다.

국회에 난입한 이들의 입은 어느 때보다 거칠었다. “문희상을 쳐라” “빨갱이 물러가라” 등의 원색적인 구호가 난무했고 경찰과 방호원에게 폭언을 퍼부었으며 국회의장 주차 표지석에 ‘개××’라는 욕설을 적었다. 이런 분노는 정치가 조장한 것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이견을 좁히는 대신 내 진영만 바라보며 일방통행식 대결로 지새운 행태가 상대 진영에 대한 비상식적인 혐오를 낳았다. 조국 사태 당시 거리의 정치에 의존하며 진영 전쟁을 부추긴 여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20대 국회는 좌우 진영에서 한 번씩 물리적 공격을 당했다. 지난봄에는 민주노총이 노동법 개정을 저지하겠다며 국회 담장을 허물고 진입하려 했고 이번에는 태극기 부대가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막겠다면서 같은 짓을 저질렀다. 모두 국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16일 공개된 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 20대 국회를 평가한 응답자들은 100점 만점에 고작 37점을 줬다.

이런 정당, 이런 정치, 이런 국회를 계속 두고 봐야 할 이유가 없다. 물갈이가 됐든 판갈이가 됐든 확 바꿔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가 엄중한 심판을 내리지 못한다면 저들은 또 4년을 그렇게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