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16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16 부동산대책)이 대출, 세금, 청약, 공급 등을 아우른 전방위 종합대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양도세를 터치해 한시적 퇴로를 열어주면서 다주택자들에게 ‘빨리 팔라’는 시그널을 보내 매물부족을 해소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다만 정부가 공급 문제가 없음을 자신하는 데 반해 유예기간 이후 매물 잠김이 다시 심화되는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발표 배경을 두고 “12월에는 통상 비수기로 그동안 대책 발표가 많지 않았는데, 현재 서울과 일부 수도권 시장의 과열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예고 없는 전격 발표는 정책적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총평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기로 하면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들이 내년 6월 말까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중심으로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 역시 “시장이 기대했던 이상의 정책이 나왔다”며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가 가장 눈에 띈다”고 밝혔다. 그는 “종부세 부담으로 보유에 대한 부담감을 줬고, 거주요건 강화로 임대사업자에게도 어려움을 줬다.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 기회를 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유예기간 내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 현재 가격 급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매물 잠김 현상을 다소 해결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장에 투기적 요소가 유입되는 것을 봉쇄하고 고가주택 매입자에 대한 자금조달계획서 강화를 통해 거래자금의 소명이 쉽지 않은 현금보유자의 거래를 제한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약과 대출 등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강화해 시장 진입 수요 자체를 지속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관측된다.
다만 각종 기준 강화와 양도세 감면 등 다각도 정책이 충돌하면서 매물 공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양 소장은 “양도세 한시 유예는 시장 매물 출현을 유도하겠지만 거주기간 요건 강화와 양도세 유예는 상반된 정책이라 내년 6월 이후 공급에 대한 정책 고민이 재차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 랩장 역시 “투기적 가수요자를 현격히 줄일 수는 있겠지만 보유·양도세 모두를 강화하는 과세정책으로 주택보유자의 매물 출회에 대한 유인퇴로는 여전히 좁아 보인다”며 “정부정책 효과가 유동성을 이기면서 장기적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공급자 이익이 소비자에 이전되면서 소비자 잉여가 증가하는 만큼 청약경쟁률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롭기보단 기존 처방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공급에 대한 정책 고민은 더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