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중진의 재선 보장용, 수용 불가”… 정의 “진보정치 육성 수단… 중진 제외”

입력 2019-12-17 04:05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박주민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석패율제를 놓고 16일 격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도 비례대표 명부에 올릴 수 있는 석패율제에 대해 민주당은 ‘정의당 중진 의원의 재선 보장용’이라며 수용불가론을 내세웠다. 반면 정의당은 석패율제가 ‘진보정치인 육성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중진을 제외하고 석패율제를 적용할 것을 역제안했다. 석패율제를 둘러싼 각 당의 입장차가 분명해 ‘4+1’(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최후의 뇌관이 되리란 전망이 많았는데,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하려는 것이지 개악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중진들의 재선 보장용 석패율제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석패율제는 원래 지역 구도 완화를 위해 어려운 지역에서 정치하는 분들이 회생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인데 요즘 얘기되는 것은 중진 의원들 재선용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의당은 ‘중진 구제용’ 석패율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걱정하신다면) 중진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선거법에 명문화하자”며 “‘심상정 영구 당선 보장용’이라는 말이 도는데 이는 저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도 “새로운 진보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석패율제도마저 민주당이 폐지를 운운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중복 출마를 허용하고, 지역구에서 탈락한 후보 일부를 석패율에 따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다. 즉 ‘2등도 당선될 수 있는 선거’를 뜻한다. 원안은 서울·인천경기·충청·호남제주·영남·강원 등 6개 권역별로 2명씩 12명을 비례대표 후보로 올리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수정안에서 비례대표 수가 75석에서 50석으로 준 만큼 석패율제 수도 12명에서 6명으로 줄이자는 입장이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제도 자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의당과 대안신당 등은 전국 단위 명부로 확대하고, 그 수를 9석 정도로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영호남 등 특정 지역뿐 아니라 각 당이 원하는 지역에 비례대표 후보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회 관계자는 “당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을 모색하다 보니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민주당은 권역별로 (석패율제를) 안 하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정의당은 그 반대”라고 지적했다.

‘연동형 캡(cap)’에 관한 견해차도 크다. 연동형 캡은 연동률 적용 대상의 상한선을 의미하는데 그 숫자에 따라 각 당 비례대표 의석수가 달라진다. 연동률이 높으면 군소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지는 반면 민주당과 같은 거대 정당은 불리하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