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MCA 합의 닷새만에… 멕시코 “주권 침해” 반발

입력 2019-12-17 04:10
멕시코의 USMCA 협상대표인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 담당 차관. 로이터연합뉴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할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USMCA)이 1년여 만에 수정안 합의에 도달했지만 닷새 만에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이 멕시코에 노동감독관 파견을 추진하자 멕시코가 주권 침해라고 반발한 것이다. USMCA의 핵심 쟁점이던 ‘멕시코의 노동권 강화’를 두고 양국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5일(현지시간) 멕시코의 USMCA 협상대표인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담당 차관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세아데 차관의 미국행은 최근 미 하원에서 공개된 USMCA 조약 이행안 때문이다. 여기에는 ‘멕시코의 노동 개혁을 모니터하기 위해 미국 노동담당관 최대 5명을 멕시코에 파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멕시코는 USMCA 수정안 협상에서 이 내용이 합의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세아데 차관은 지난 13일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놀라움과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

세아데 차관은 트위터에 “우리(멕시코)는 3자 대화(USMCA 수정협상)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자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조약의 일부가 아닌 ‘추가 내용’을 필요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른 조항은 미국 내부 문제지만 해당 조항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논의했었어야 했다”며 “멕시코는 절대 그들(미국의 노동감독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멕시코·캐나다는 지난해 11월 USMCA 초안에 서명했지만 1년 넘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다가 지난 10일 수정안에 합의했다. 핵심 쟁점은 멕시코의 노동문제였다. 미 의회와 노동계는 멕시코로 미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옮기면 자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멕시코 노조가 기업가와 정치인들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권리를 보장하고 미국 사찰단을 파견해 이를 감시토록 요구했다. 하지만 멕시코는 주권 침해라며 거부했다.

USMCA 최종협상에서는 멕시코 노동자의 임금 상승과 독립적인 노동조합 설립을 허용하도록 했다. 또 노동 감시를 위해 멕시코와 미국, 제3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3인 패널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멕시코 상원은 3국 협상단이 서명한 지 이틀 만인 12일 USMCA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져줬지만, 노동감독관 파견 조항이 미 의회에 제출된 이행안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세아데 차관이 너무 부주의하거나 순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