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3년반 만에 수출관리정책대화를 재개했다. 양국은 지난 7월 일본 수출규제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통상 당국 간 대화 채널을 복원키로 합의했다. 다만 한국이 목표로 내세운 수출규제 철회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통상 문제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오전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특별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수출관리정책대화는 5개월 전에 있었던 일본 수출규제 관련 과장급 실무회의와 180도 다른 분위기였다.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다 요이치 경산성 무역관리부장은 회의 시작 전부터 회의실 밖에 서서 한국 대표단을 기다렸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들어오자 이다 부장은 이 국장과 악수를 하며 반갑게 맞이했다.
지난 7월 과장급 실무회의 때 일본 측은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기다렸다. 한국 대표단이 입장할 때 제대로 된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실무회의 장소는 정식 회의실도 아닌 창고였다. 일본 회동 성격을 두고도 ‘설명회’라고 주장했었다.
2016년 6월 이후 처음 재개된 이날 정책대화 의제는 ‘민감기술 통제 관련 현황·도전’ ‘양국의 수출통제 시스템과 운용’ ‘향후 추진 방향’ 등 3가지였다. 대화는 당초 예정시간보다 3시간15분 더 이어졌다.
산업부는 “양국이 수출관리제도 운용에 대해 전문적 관점에서 상호 이해를 촉진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수출관리정책대화와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갈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제8차 수출관리정책대화를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은 목표로 내걸었던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에 도달하지 못했다. 일본 측은 ‘수출규제 철회는 자국이 결정할 문제로 한국과 협의할 의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는 24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제징용 문제의 전향적 해법을 찾지 못하는 한 ‘빅딜’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만나 10분간 약식 회동했지만 수출규제 철회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한국은 경제통상 문제에 국한해 한·일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은 애초부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응카드로 수출규제를 했다. 때문에 과거사 문제에서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근본적인 사태 해결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손재호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