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15억 초과 아파트 주담대 원천 차단

입력 2019-12-17 04:02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기습적으로 내놓았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유례없는 초강수를 던졌다.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막는다. 고가주택(시가 9억원 초과)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낮춘다.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방식) 수단으로 변질된 전세대출보증도 9억원 이하 1주택자에게만 허용한다. 투기 방지를 위해 대출을 전방위로 틀어막는 것이다.

또 고가 다주택 보유자를 세게 압박한다. 종합부동산세율을 최대 0.8% 포인트 높이는 카드를 예고했다. 공시가격도 시세의 80%까지 끌어올린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도 줄인다.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세제·청약 등의 대책을 망라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집값의 24주 연속 상승, 끊이지 않는 투기 수요 등을 감안한 조치다. 우선 정부는 투기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돈줄을 죈다. 17일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금지된다. 40%의 LTV를 인정받던 1주택·무주택자도 대출이 불가능하다. 1주택자인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사업 추진 전까지 1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 등 특정 사례만 예외로 인정한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LTV도 차등 적용(9억원 이하분 40%, 9억원 초과분 20%)한다.

갭투자자 규제책도 곁들였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하거나 보유한 이들의 전세대출을 원천 봉쇄한다. 현재로선 가능한 사적 보증까지 틀어막기로 했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매입하거나 2주택 이상 보유한 이의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특단의 조치도 시행한다.

여기에다 고가의 다주택 보유자가 집을 팔도록 ‘당근’과 ‘채찍’을 마련했다. 종부세율을 0.1~0.8% 포인트 끌어올린다. 3주택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일 경우 최소 0.2% 포인트 이상 세율이 뛴다. 여기에 공시가격을 80%까지 현실화하는 방안을 덧붙인다. 과세표준이 올라가기 때문에 세금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다.

임대사업자 혜택도 줄인다. 취득·재산세에 가액 기준을 마련해 고가주택의 세제 혜택을 제한하기로 했다.

각종 조치를 통해 세 부담을 늘리는 대신 한시적으로 ‘출구’도 만든다. 다주택자가 내년 6월 이전에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세(10~20% 포인트)를 한시적으로 배제해준다.

이밖에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을 넓히고 청약당첨 요건을 정비한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 당첨되면 7~10년간 재당첨을 제한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더 센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내년 상반기 중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