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드디어 닻 올리다… 인터넷은행 무한경쟁 돌입

입력 2019-12-17 04:05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이끄는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닻을 올렸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함께 인터넷은행 무한경쟁체제가 열린다. 토스뱅크는 중신용등급의 개인고객·소상공인,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filer)’에 초점을 맞춰 영업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토스뱅크의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업 예비인가를 결정했다.

인터넷은행 적격성을 심사한 외부평가위원회는 “사업계획의 혁신성·포용성·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토스뱅크 준비 상태가 비교적 충실해 인터넷은행에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재수’ 끝에 예비인가 문턱을 넘었다. 비결은 ‘자본안정성’이다. 은행 자본을 끌어들이면서 최대주주 토스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는 “토스가 현재 적자경영을 유지하더라도 4~5년 안에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다는 자체적 판단을 내렸고, 토스뱅크의 나머지 지분 66%를 차지하는 주주들이 적극적 증자를 통해 자본을 채워 나간다면 자본안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토스뱅크는 국제회계기준(IFRS)상 부채로 인식되는 주식을 처분해 자본안정성을 높였다. 지난달 13일 자본금(135억원)의 75%를 차지하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통주로 인식되는 전환우선주(CPS)로 바꿨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일정 조건하에서 언제든지 투자자가 상환권을 요구할 수 있는 주식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3000억원의 상환권이 삭제되는 사안에도 총 90명의 주주가 전원 동의를 해줄 만큼 토스뱅크 장래성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이미 합격점을 받았던 ‘혁신성’에 ‘포용 금융’을 더할 방침이다. 금융 소외계층인 중신용등급의 개인·소상공인(SOHO)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챌린저 뱅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챌린저 뱅크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소규모 은행을 말한다. 토스에 따르면 현재 1800만명에 달하는 국내 중신용자들은 금융이력 부족을 이유로 신용점수보다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토스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들을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제도권 안으로 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금융 상식이 부족한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도 저축하면서 재미를 볼 수 있는 자동적금 상품도 곧 선보일 예정”이라며 “온라인 쇼핑 시 저신용자들도 무이자 금융할부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출 서비스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2021년 7월을 기준점으로 인터넷은행 업계에 ‘무한경쟁’이 예고된다.

자본 확충 문제로 영업 확장을 머뭇거렸던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2호 카카오뱅크도 ‘실탄’ 확보의 물꼬를 튼 상태다. 정보통신기술(ICT) 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의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이 통과돼서다. 윤 국장은 “기존 인터넷은행은 수익 기반이 취약해 고금리 대출 비중에 주력했는데, 이제는 자본 여력이 생긴 만큼 토스뱅크와 함께 중금리 대출시장에서 적극적으로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