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된 ‘12·12 자축 오찬’… ‘전두환 흔적 지우기’ 들불 양상

입력 2019-12-17 04:04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가 철거하기 전 공개한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의 물품들. 30년 가까이 보관해 전시해온 이 물품들을 백담사는 최근 모두 철거했다. 5·18기념재단 제공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흔적 지우기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황제골프’에 이어 최근에 벌어진 ‘12·12 자축 오찬’이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강원 인제군 등에 따르면 백담사가 30년 가까이 보관해 오던 전 전 대통령 부부의 물품들을 최근 철거했다. 백담사는 의류, 침구류, 세숫대야, 화장대, 촛대 등 물품들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곳입니다’라는 팻말과 함께 보관·전시해왔으나 최근 이를 모두 치웠다.

전 전 대통령은 1988년 퇴임 이후 5공 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적 질타가 거세지자 부인 이순자씨와 백담사에 들어가 13개월간 은거 생활을 했다.

최근 철거된 전북 장수군의 논개 기념관 ‘단아정’의 현판. 5·18기념재단 제공

앞서 전북 장수군은 최근 장계면 주논개 생가 옆 정자에 걸려있던 전 전 대통령 글씨 현판 ‘단아정’을 20년만에 철거했다.

육군은 지난 13일 각 부대에 걸려 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홍보와 예우 사진을 철거했다. 육군은 장세동 전 3공수여단장, 박희도 전 특전사령관, 최세창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 12·12 군사반란에 가담해 내란형 선고를 받은 사람과 뇌물 혐의 등으로 옷을 벗은 장성 등의 사진도 떼어냈다.

국방부는 올해 4월 부대관리훈령을 개정, 형법 내란죄·외환죄와 군형법 반란죄·이적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 등에는 예우나 홍보목적으로 역대 지휘관이나 부서장의 사진을 게시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국가보훈처는 전두환씨가 1985년 쓴 대전현충원의 현충문 현판의 철거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은 전국에 널려 있는 전두환 잔재 청산운동에 나섰다. 5·18 재단에 따르면 경기 포천시 국도 43호선의 ‘호국로’라는 기념비와 전남 장성 상무대 군 법당에 설치된 ‘전두환 범종’, 인천시 흥륜사의 정토원(납골당) 현판 등도 시급히 없애야 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앞서 광주시와 5월 단체들은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담양 11공수여단 정문 앞에 세워진 부대준공 기념석(전두환 기념석)을 철거해 지난 5월 5·18기념공원으로 옮겼다. 기념석은 폐기처리 하지 않는 대신 글자가 거꾸로 보이도록 위아래를 반대로 설치해 청소년들에 대한 5·18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5·18 재단 관계자는 “광주학살 주범인 전두환을 찬양하는 건 민주주의 역사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전국의 전두환 잔재를 전수 조사해 청산해 나갈 것이다.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전주·광주·인제=김용권 장선욱 서승진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