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수첩서 靑 공약사업 논의·BH 회의 등 확인”

입력 2019-12-17 04:02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를 돕기 위해 공약 마련, 예산 확보, 장관 방문 등의 다채로운 조력을 펼쳤다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이 주장했다. 김 전 시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 검찰이 압수한 ‘제보자’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수첩 기록 내용들을 확인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가 송철호 캠프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역할을 한 격”이라고 비난했다.

김 전 시장은 15일에 이어 16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가 (송철호 시장을 위해) 공약 마련부터 청부성 하명 수사까지 총괄 지휘한 강력한 정황 증거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에서 노골적으로 여러 가지 공약에 대해 아주 구체화된 사업계획까지 다 회의를 했다”며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까지 하달됐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은 “(송철호) 후보가 나중에 출마선언을 할 때 ‘예산을 확보했다’고 발언하라는 것까지 기재돼 있었다”며 “‘정황’이 아니라 구체적 금액까지 적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송 시장과 송 부시장은 민간인 신분으로 지난해 1월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만나 공공병원 공약을 의논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김 전 시장이 ‘기재’라 표현한 것은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기록된 행적들이었다. 김 전 시장 측 석동현 변호사는 “송 부시장이 기록해둔 기록들이 족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시장 측에 따르면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가을부터 송 시장 측이 청와대와 교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김 전 시장은 “업무일지에 ‘BH(청와대) 회의’라고 기재돼 있다”며 “청와대와 관련한 표현을 여러 군데에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 측은 검찰이 제시하는 업무수첩, 청와대 문건을 보며 “많이 놀랐다” “치밀히 계획됐다”는 말을 반복했다. 석 변호사는 “현직 시장도 모르는 가운데 송철호 변호사 등에 의해 환경부 장관이 2017년 10월 울산을 방문, 울산 암각화 문제 등을 (논의)한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김 전 시장 측은 “송 변호사를 국가균형발전위원으로 위촉하는 ‘밀어주기’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송 부시장은 애초 밝힌 입장과 달리 김 전 시장 측 인사들에 대한 비위 내용을 4쪽짜리 문건 형태로 만들어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는 이를 재가공해 경찰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 변호사는 “(송 부시장의 청와대) 보고 문건은 얼기설기 작성된 메모 형식이 아니라 짜임새 있게 정리된 내용이었다”며 “송 부시장이 올린 내용의 일부가 제외되고 추가됐다. 올라온 대로 경찰에 던지는 식이 아니었다”고 소개했다. 전화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위 내용을 전달받았다는 송 부시장과 청와대의 해명과는 대치된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