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 정리. 기존의 유리수 개념을 넘는 또 다른 수인 ‘무리수’의 개념을 정립해 엄청난 학문적 변혁을 일으킨 대발견이다. 이러한 수의 발견이나 올바른 이해가 없었다면 인류는 우주선을 궤도에 올릴 수도, 자율주행 자동차를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 배경과 의의는 잊히고 시험문제 푸는 데 집중한 나머지 ‘하나의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은 다른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명제만 기억된다.
지난 국감 기간 중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및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뿐만 아니라 정무위원회에서도 수상태양광발전사업 관련 사항이 논의되어 중요성이 부각됐다. 국가의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있어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고려해 환경성을 제고해야 하고, 이에 세계는 대기질 악영향, 재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로의 정책 전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친환경성을 지닌 태양광, 풍력발전 등의 재생에너지 사업의 설치·운영 과정에서 산림 및 경관 훼손, 생태축 단절, 흙모래 유출, 소음 및 주거환경 피해 등 또 다른 환경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최근에는 대규모 수상태양광발전시설 입지역으로서 갯벌 생물 및 희귀 철새의 서식공간역인 간척지나 연안의 만이 고려되면서 중요 생물 서식지 훼손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담수역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는 육상역에서 야기되는 녹색 갈등을 최소화하고 환경적으로 더 안전한 접근방식이다. 따라서 수상태양광발전사업은 환경적 영향 회피를 전제로 접근해야 하는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 위해 담수역에서 태양광발전시설은 시범사업을 전제로 영향을 살펴보고 일정 기간 환경적 유해성을 검증할 수 있는 모니터링을 시행하며 사전예방주의적 노력을 경주해 왔다. 담수역에서의 수상태양광발전시설의 점진적 확충은 2011년 합천호의 100㎾ 규모의 시범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 상용화시설(500㎾)에 대한 격년별 정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진행됐다.
세계 최초의 도전이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예측 가능한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이에 대한 환경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담은 설계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의 지식이 허락하는 최대치를 적용해 예상되는 환경적 문제점을 엄격히 검증할 수 있을 때, 지식의 공백을 인정하고 긴 호흡으로 검증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사회환경적으로 수용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할 수 있다. 근래 담수역에서 환경성을 강화한 수상태양광발전사업이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지난 10년의 노력과 이해당사자 간 소통으로 얻어진 결실이다.
최근 수상태양광발전사업의 환경적 안전성과 관련한 합천호의 결과가 인용되면서 담수역이 아닌 해수역에서의 대규모 수상태양광발전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서 새로운 녹색충돌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환경생태학적으로 담수역과 해수역은 상이한 여건과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짠물에 대한 시설물의 내구성, 갯벌 이용에 따른 생물서식역의 훼손, 조수간만 차에 따른 입지역의 제한성, 태풍에 더 큰 영향을 받는 해안의 여건 등 추가 검증 과제가 있을 수 있다. 여건이 다르면 검증 방식도 달라야 한다.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 100㎿ 이상으로 규정된 환경영향평가 대상 규모는 일반사업자에 의한 발전사업이 없던 시대의 기준이다. 외국 사례를 참고해 10㎿ 이상 등의 규모로 기준을 강화해 환경성을 제고함이 마땅하다. 시대 상황이 바뀌면 제도도 변해야 한다. 입지적 특성이 다른 곳의 유사 결과를 단순 적용하고 시범사업 등 충분한 검증과 논의 없이 대규모 상용시설을 구축하는 계획은 사회환경적으로 제한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에너지 정책을 책임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큰 밑그림과 치밀한 설계도가 필요한 때다. 개별 사업에 집중하기에 앞서 수상태양광발전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해안역에서의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등 긴 호흡의 예측 가능한 근본적 시책 구현이 우선이다. 피타고라스 정리의 원리나 의의는 잊고 수학 문제 하나 푸는 데 급급해하는 모습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노태호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