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6일부터 닷새간 열리는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시작했다.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사업 계획을 점검하고 전략을 수립한다. 특히 올해는 사장단 인사가 늦어지는 가운데 전략회의가 열렸다.
16~18일은 TV, 스마트폰, 가전 등 완제품 부문, 18~20일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의 전략회의가 열린다. 회의는 각 부문 대표이사가 주재한다. 전략회의가 한 해의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한 해의 전략을 수립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장 (사장) 등 3명의 대표이사는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리를 떠날 사람이 전략회의에 참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전략회의 이후 내년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하고, 2월에는 갤럭시S11 언팩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TV는 15년 연속 판매 1위를 수성해야 하고, 가전제품 전반의 프리미엄 전략 수립도 해야 한다. 스마트폰에선 폴더블폰 판매 확대, 중저가 폰에서 중국 업체와 경쟁 등의 과제가 놓여 있다. 반도체 부문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D램과 플래시 등 메모리 시장 회복이 기대되지만,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은 전망이 불투명하다. 사실상 내년 사업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시점에 인사로 판을 흔드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실무 차원에서 내년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기 때문에 인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삼성 사장단 인사가 17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선고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재판 결과가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선고 결과가 나와야 인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사장단 인사를 못 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침체된 측면이 있다는 점도 인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올해 사장단 인사를 하지 않고 내년으로 넘길 가능성도 제기한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렸던 2016년 연말에 삼성은 사장단 인사를 하지 않았고 다음 해 5월에야 임원 인사를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전망이어서 삼성 사장단 인사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