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송철호의 선대위원장, 선거 후엔 ‘김기현 고발인’ 대리인 활동

입력 2019-12-16 18:27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6일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전 시장 측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전 청와대에 자신 쪽 인사들에 대한 비위 내용을 문건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심모 변호사가 송 시장 당선 다음 달부터 건설업자 김흥태씨의 법률대리인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울산경찰청의 조력을 받으며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을 꾸준히 고발해온 인물이다. 송 시장의 선거에 기여한 핵심 인사와 송 시장 상대 후보에 대한 고발·협박을 계속해온 이가 연결되는 셈이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심 변호사는 지난해 7월부터 김씨가 울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2건을 대리했다. 김씨가 자신의 부동산이 울산시에 수용된 과정에 잘못이 있다며 낸 소송이었다. J법무법인 소속인 심 변호사와 또 다른 변호사 1명이 소송을 대리했는데, 이 법무법인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심 변호사와 송 시장이 공동대표였다. 김씨의 민사소송은 지난달까지 모두 김씨의 패소가 확정됐다.

김씨는 이 민사소송을 명분으로 돈을 꾼 지인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심 변호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2월부터 “아파트 토지수용 취소소송 등 비용을 빌려 달라”며 이모씨에게서 2억50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1850만원을 쓰는 등 도박 자금과 생활비로 탕진했다. 김씨는 이후 자신에게 투자금이 묶인 이씨와 경쟁 업체를 비방하는 범행을 저지른다. 울산시의 해당 업체에 대한 사업계획 승인이 부당했다는 허위 글을 전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도록 한 것이다.

김씨는 이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심 변호사를 찾아가라”고 소개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쯤 400만원을 내고 심 변호사를 실제 선임했다. 하지만 이씨는 김씨에게 투자한 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 보이자 지난해 12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씨가 검찰 조사를 4차례 받는 동안 심 변호사는 1차례 동행했다”고 말했다.

송 시장과 함께 지방선거를 준비했던 심 변호사는 애초 경찰의 김 전 시장 측 수사 근거가 된 ‘첩보’와 관련해 이름이 언급됐었다. “문서로 제보가 됐다”며 국회에서 김 전 시장 측 수사를 공개 촉구했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통해서다. 박 의원은 “첩보 경로를 아느냐”는 질문이 집중되자 이달 초 소셜미디어에 “지난해 3월 28일 민주당 울산시당 초청강연 당시 심 변호사가 김 전 시장 형제 의혹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건네줬다”고 밝혔다.

김씨는 김 전 시장 측에 대한 강요미수, 수십억원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김씨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하며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 “일부 피해자가 자살했다”고 지적했다.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난 김씨는 현재 언론을 통해 “경찰의 김 전 시장 수사가 정당했고, 검찰이 덮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 변호사는 국민일보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국민일보가 “김씨의 소송을 대리했느냐” “간단히 여쭈겠다”고 하자 심 변호사는 “바쁘다”며 전화를 끊었다.

울산=구자창 기자, 구승은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