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축소 상반된 시그널 혼재
‘8·2, 9·13 대책의 수요 억제책 되풀이’
거래절벽→집값 불안 악순환 막아야
정부가 18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출범 후 2년8개월간 1.7개월마다 집값 안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이번 대책에선 한층 짙어진 초조함이 읽혔다. 시장 충격을 극대화하려 기습적으로 발표한 점, 법적으로 가능한가 싶을 만큼 고강도 규제를 꺼낸 점, 그동안 외면해 온 양도소득세 완화를 일부 수용한 점, 핀셋 규제라던 분양가상한제를 한 달여 만에 무더기 규제로 급선회한 점 등이 그런 인상을 줬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는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하려는 듯 세금 대출 분양 청약을 망라해 규제를 내놨다. 그러다 보니 밥상에 차린 것은 많지만 지향하는 바가 뭔지 헷갈리는 상황이 됐다. 이 정책을 보면 공급을 늘리려는 것 같은데 저 정책은 공급 축소 효과를 불러올 게 뻔하고,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세금 정책을 개편하면서 그런 매물을 소화할 수요는 더 강력한 대출 규제로 봉쇄하다시피 했다. 첩보작전 하듯 갑자기 발표한 터라, 9·13 대책처럼 시장에 충격을 주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역대 최강이라던 9·13 대책의 약발이 6개월을 가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번 대책의 백화점식 규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12·16 대책에서 공급 확대 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조치는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팔 때 내년 6월까지 양도세 중과를 배제한 것, 관리처분인가 이후 단계인 재건축·재개발이 속도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 정도다.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면서 일시적으로 양도세를 완화하면 매도 심리를 높여 매물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분양가상한제 확대와 함께 발표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시장에 강력한 공급 축소 시그널로 작용해 최근의 집값 불안을 부추긴 정책이다. 서울은 기존의 27개 동에서 322개 동으로 적용 지역을 대폭 늘렸으니 그만큼 신축 공급이 위축될 테고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반된 방향성을 가진 정책이 혼재돼 그 효과도 상쇄될 우려가 크다. 나머지 정책은 수요를 차단하고 거래 자체를 틀어막던 8·2 대책과 9·13 대책의 방향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9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한도를 낮추고 15억원 초과는 주택 구입용 대출을 아예 금지했다. 고가 주택은 현금으로 사라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시적 2주택 인정 요건을 강화하고 단기 보유 양도세율은 더욱 높여 거래 장벽도 함께 높아졌다. 극단적 수요억제책이던 8·2, 9·13 대책은 일시적 거래 절벽을 불렀을 뿐 다시 집값 불안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12·16 대책이 그리되지 않도록 할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사설] 방향성 모호한 12·16 부동산 대책
입력 2019-12-1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