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힘이 빠진 걸까. 지난 8일 리그 경기에서 70m 이상 질주 골로 세계적인 화제를 낳았던 손흥민이 일주일만에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은 15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튼 원더러스와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경기에서 토트넘 홋스퍼의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골을 넣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경기에서 델리 알리, 루카스 모우라와 함께 2선 공격을 이끈 손흥민은 슛이 1회에 그쳤고, 득점으로 연결된 패스는 없었다. 번리의 골문 앞까지 70m 이상을 드리블로 돌파해 득점했던 8일 16라운드 홈경기와 대조적인 결과다.
계속된 강행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주제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치러진 7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리그 5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경기를 소화했다. 손흥민은 이 과정에서 올 시즌 10호 골, 9호 어시스트를 달성했다.
이날은 달랐다. 몸놀림이 평소보다 무거웠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 수중전이 펼쳐졌고, 옐로카드만 4장씩 주고받은 육탄전이 벌어진 경기였다. 울버햄튼 수비진은 오른쪽 공격수 모우라보다 손흥민을 집중 견제했다. 결국 기회는 모우라에게 돌아갔다. 손흥민은 전반 8분 울버햄튼 골문 앞까지 파고든 뒤 슛을 때렸지만 골키퍼 루이 파트리시우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이때 흐른 공을 모우라가 오른발 슛으로 때려 선제골을 뽑아냈다.
토트넘은 후반 23분 울버햄튼에 동점을 허용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1분에 수비수 얀 베르통언의 헤딩골로 2대 1의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활약상이 미미했던 만큼 지친 손흥민에 대한 평가는 야박했다. 유럽 스포츠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의 활약상을 팀 내 최저인 6.74점으로 평가했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고전했다. 마법 같은 슛을 노렸지만, 풍선 같은 프리킥은 경기장 밖으로 날아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라고 혹평했다. 풍선에 비유할 만큼 슛에 힘이 없었다는 얘기다.
토트넘은 리그 전반부 종료를 2경기 남긴 17라운드까지 7승 5무 5패(승점 26)를 기록해 5위로 도약했다. 토트넘은 ‘박싱데이’(12월 26일) 주간인 오는 23일부터 일주일 사이에 3연전을 소화하게 된다. 계속된 지옥 일정 속에서 손흥민이 얼마나 빨리 컨디션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